(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자 글로벌 금융 감독 기능을 조정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채권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다.

BIS는 6일 분기 보고서를 통해 투자등급의 끝자락에 있는 BBB군 채권들이 시장의 '파이어 세일(fire sales)' 위험을 키운다고 진단했다.

파이어 세일이란 화재로 처치가 곤란한 물품을 할인 판매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투자가 어려워진 채권을 내다 파는 현상이 투자등급 채권 투자자에게도 전염되어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장세를 뜻한다.

투자등급채권 가운데 상당수가 부적격투자로 강등될 수 있고, 강등된 채권에 대한 매도세가 일반 투자등급에까지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BBB군에 있는 BBB+, BBB, BBB- 채권은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일부에서는 이들 채권이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위험을 우려한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일부 매니저는 정크 등급 보유가 금지되어 있어서 강제 처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BIS는 잠재적으로 등급 강등과 연관한 회사채 규모를 시장의 일평균 거래 규모와 비교했다.

2018년 말 현재 BBB군의 회사채시장 비중은 미국에서는 삼 분의 일, 유럽에서는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위험 노출도를 늘리려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지만, 등급에 따른 보유 규칙이 엄격한 투자자에게는 '파이어 세일'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경기 악화 국면에서 많은 수의 BBB군 채권이 정크등급으로 강등된다면 투자등급을 가진 참가자들도 채권을 빠른 속도로 대규모 내다 팔 수 있다고 BIS는 설명했다.

이런 파이어 세일의 확률은 많은 수의 기업이 BBB에서 정크등급으로 일순간에 강등될 가능성에 좌우된다.

BIS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디폴트율이 역대 최고에 달했을 때 등급 강등의 빈도는 미국이 11.4%, 유럽은 16.3%를 각각 기록했다. 2017년 들어 이 빈도는 두 지역 모두 7%대로 내려앉았는데, BIS는 합리적인 가정이라면 이 빈도가 2009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기준 11.4%의 등급 강등 빈도라면 회사채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급이 강등되는 비율이 일일 회전율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진다고 BIS는 설명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이어진 채권 발행 열풍으로 경기 둔화 1년 안에 투자등급 채권이 정크 등급으로 강등되는 '추락 천사'로 돌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기관은 "지난 2008년 시장 충격과 비슷하게 2천750억 달러 상당의 회사채는 1년 이내 부적격 투자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며 "금융권 채권 발행을 포함해 '추락 천사' 그룹은 1년 안에 전체 잔액이 5천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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