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율 확대를 추진하며 그룹의 지배구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소액주주에 불과했던 우리사주조합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3%대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사실상 '3대 주주'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전일 4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사측과의 협의를 통해 그룹 내 12개 계열사 2만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일 인당 2천만원 한도 내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상 한국증권금융과 우리사주조합, 사측이 연계해 제공하는 자사주 매입 대출의 금리는 2~3%대 수준이다.

우리사주조합은 대출 이자를 사측이 보존해주는 인센티브 안도 협의할 계획이다.

그간 KB금융 직원들은 급여 공제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지난해 1만3천여명의 직원이 자기 자금을 출연해 사들인 자사주는 338억원. 이 추세라면 올해도 약 400억원의 자기 자금 출연을 기대할 수 있다.

이달 말에는 임금 단체협상을 통해 사측이 보로금 명목으로 무상으로 출연하기로 한 650억도 우리사주조합에 들어온다.

향후 4천억원 규모의 대출 재원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약 5천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 여력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 3~4년간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0.55%의 지분율을 유지해왔다. 올해 연말까지 최대 5천억원의 재원이 투입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은 3.5%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B금융의 최대주주는 9.6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JP모간은 6.16%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블랙록(5.01%)과 얼라이언스캐피탈(3.25%), 프랭클린(3.17%) 등 세계적인 펀드들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재무적 투자자인 데다 최근 들어 지분을 줄이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사주조합이 '3대 주주'가 되는 셈이다.

그간 자사주 매입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CEO의 자사주 매입은 미래 경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표출하는 시그널로 활용되기도 했다.

최근 19년만의 국민은행 총파업을 이끌며 비판을 받았던 노조는 이번 우리사주조합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의지를 표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직원들 입장에선 충분히 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도다.

지난해 1월 역대 최고치(6만9천200원)를 경신했던 KB금융 주가는 14개월이 지난 현재 37%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사주조합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향후 경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포석으로 활용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KB금융 노조는 은행권 노조 중 가장 강성으로 손꼽혀왔다.

실제 선임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세 번이나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불을 붙인 것도 KB금융 노조였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주가가 작년 고점에서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영 참여 등 더 많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분율을 올려야 할 필요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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