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신용카드사는 물론 정치권과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고, 국민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오는 8월 세법개정까지 상당한 논란과 함께 진통이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납세자연맹과 금융소비자연맹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한 지 하루 만에 약 3천명 이상이 동참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자영업자들의 과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애초 취지가 거의 달성됐다는 정부의 인식이 잘못됐다"며 "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실질적 증세이며, 서민·중산층 근로자의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납세자연맹과 함께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나섰으며 금융소비자원과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원 등 다른 시민단체들도 소득공제 축소 반대를 지지하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득공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나 서민이다"라면서 "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불황 속에서 서민 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카드사들도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정치권과 접촉해 소득공제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설명하는 등 의견 개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세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통해 세수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액은 연간 약 24조 원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정부가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은 연간 2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조세 저항이 만만찮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릴 만큼 직장인들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금액 중 가장 비중이 크다. 당초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계속 일몰하지 못하고 20년 가까이 연장돼 온 이유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가 제로페이 유인책이라는 것도 거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신용카드 공제율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소득공제율이 40%인 제로페이의 혜택을 부각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가 제로페이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책 뒷받침을 위해 서민들에게 민감한 소득공제 제도를 마음대로 줄였다 없애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소득공제 축소·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오랜 기간 시행되면서 근로소득자의 세금공제를 위한 보편적인 제도가 돼버린 상황에서 이를 축소하게 되면 결국은 증세가 된다"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줄면서 세원 투명성이 떨어질 수 있어 소득공제 축소를 논하기는 시기가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카드 사용은 세수 증가와 경제 투명성 제고에 효과가 있지만, 너무 의존하게 되면 거래 비용이 과다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공의 이익과 거래 비용 사이에서 소득공제의 적정 수준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천천히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도 전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내년부터 줄어드는 세수 감소분을 메우고 제로페이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국회 상임위에서 철저히 따지는 것은 물론 즉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국민 여론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소득공제 축소 발언에 반발 여론이 퍼지자 정부도 한발 물러선 눈치다.

정부 당국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득공제 폐지를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도 크고,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법도 소비위축과 유리 지갑 털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기재부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소득세율 하향 조정 등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은 한 결국은 증세가 돼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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