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채권시장의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과거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처럼 경기 위축을 촉발할 수 있어서다.

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일 미세먼지와 관련해 긴급대책 마련을 지시하며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이슈가 채권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자 일부에서는 메르스 사태를 떠올렸다.

추경 편성 자체는 '숏' 재료로 볼 수 있지만, 미세먼지에 경기가 위축되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져 '롱' 재료라는 판단이다.

실제 메르스 확산에 따른 소비위축은 2015년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린 배경 중 하나다.

금통위는 당시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메르스라는 돌발 변수까지 출현하자 전 분기 대비 0.3%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이 2015년 1분기 0.9%에서 2분기엔 0.1%로 급격히 둔화했고,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도 전 분기 0.8%에서 -0.5%로 반전됐다

현재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 기조가 주춤하고, 국내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추가로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금리 인하 기대 확산을 차단하던 한은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출과 식당, 관광업 등은 미세먼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려 경제 파급효과가 커질 경우, 한은이 기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시장 참가자는 미세먼지에 따른 경기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세먼지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될 것이다"며 "미세먼지는 메르스 사태와 비교하면 훨씬 덜 심각한 문제이고, 개인과 정부의 대응은 통상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높은 봄철로 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영화관, 대형 쇼핑몰 등은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며 "마땅한 대처법이 없었던 메르스와는 이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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