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일부 우려를 극복하고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삼호중공업처럼 정상화하는 데 성공할지 주목된다. 과거 현대중공업그룹은 부실기업인 한라중공업을 인수해 2년 만에 흑자전환으로 탈바꿈시켰다.

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8일 대우조선 경영권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측은 현재 계약서에 담을 막판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SPA가 체결되면 사실상 큰 틀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대우조선 노동조합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번 인수ㆍ합병(M&A)을 '밀실 협상'으로 규정하면서 매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그룹 품으로 들어가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주요 협력사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논리다.

대표적인 사례가 HSD엔진이다. HSD엔진은 대우조선에 엔진을 납품하는데, 현대중공업그룹이 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 수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지난 1월 30일 7천원까지 오르던 HSD엔진의 주가는 M&A 발표 후 4천원대 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협력사가 약 2만7천개에 달하는 만큼 관련 일감을 현대중공업그룹 측에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대우조선 자체적으로는 중복인력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도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매각 측인 산업은행과 인수 측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오히려 과당경쟁이 지양되기 때문에 선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협력사에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나쁜 행위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영석,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도 "대우조선 인수 목적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어느 한쪽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거제 지역의 협력업체와 부품업체를 발전시키고 활성화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우려하는 데 대해서 일축한 셈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 한라중공업의 정상화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7년 한라그룹 부도로 위기에 빠진 한라중공업을 1999년부터 위탁 경영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한라중공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부분을 찾았고, 1997년 말 조업률 50%에 불과하던 한라중공업은 1년 만에 100%로 정상화했다.

지난 1997년 구조조정으로 직원수도 9천명에서 3천300명으로 줄었으나, 현대중공업이 경영을 맡은 후 2000년에는 5천명으로 회복했다. 그리고 1년 후 흑자전환 하는 데 성공했다. 부도 이후 32% 삭감된 임금도 2000년 8월 모두 회복됐다.

특히, 한라중공업의 300여개 협력사를 포함해 영암군과 목포 지역 중소기업체도 정상가동되는 등 여러모로 성공적인 인수 후 통합(PMI)으로 기록됐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노조도 너무 부정적인 면을 극대화해서 보지 말고, 긍정적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매각 철회를 원하는 것은 산업은행 산하 공기업으로 계속 남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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