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1개월래 최저로 추락



<<연합인포맥스가 8일 오전 7시 10분 송고한 <뉴욕마켓워치> 기사의 부제목에서 '4개월래 최저'를 '21개월래 최저'로 외환시장 부문 10번째 문장의 '지난해 11월 초 이후'를 '2017년 6월 이후'로 수정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7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한 충격으로 하락했다.



미 국채 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둘기 정책 선회에 큰 폭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새로운 부양책과 성장 전망 하향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 유가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차질 우려 등으로 상승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등 정책 금리를 동결하면서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Ⅲ)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새로운 TLTRO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된다. 만기는 2년이다.



ECB는 또 제로(0)인 현 기준금리를 적어도 올해 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여름까지 현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던 데서 초저금리 유지 기간을 확대했다.



ECB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변신을 선보였지만, 시장은 이를 오히려 글로벌 경기둔화 시사로 받아들였다.



특히 ECB가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1%로 큰 폭 내린 점이 직격탄을 날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성장전망 위험을 볼 때,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며 "불확실성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관련해서도 긴장이 다소 커졌다.



중국 화웨이는 전일 미국 정부의 자사 제품 사용 금지가 위헌이라며 텍사스 동부 연방 지법에 소송을 냈다.



미·중 양국 무역협상이 막바지 단계인 가운데, 화웨이가 미국 정부를 고소하는 강수를 두면서 양국 협상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혼재했다.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는 2월 감원 계획이 전월 대비 45% 증가한 7만6천835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7월의 10만5천696명 이후 가장 많았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전주에서 3천 명 감소한 22만3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예상치 22만1천 명보다는 많았다.



반면 노동부는 지난해 4분기 비농업 생산성 확정치가 연율 1.9%(계절 조정치)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 1.6% 상승보다 양호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미국 경제 전망이 약화하면서 금리 인상 경로도 하향 조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하방 위험이 상방 위험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0.23포인트(0.78%) 내린 25,473.2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2.52포인트(0.81%) 하락한 2,748.9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4.46포인트(1.13%) 떨어진 7,421.46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ECB 통화정책회의 결정 내용과 화웨이의 미국 정부 제소 소식 등을 주시했다.



유럽 주요 주가지수는 ECB 결정이 공개된 직후 부양책 도입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이내 반락하며 가파르게 떨어졌다.



뉴욕증시에서도 주요 지수 선물이 일시적으로 오르기도 했지만, 하락세로 개장한 이후 꾸준히 낙폭을 키웠다.



전일 캐나다 중앙은행이 경기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이 불투명하다고 하는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을 가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관련해서도 긴장이 다소 커졌다.



미·중 양국 무역협상이 막바지 단계인 가운데, 화웨이가 미국 정부를 고소하는 강수를 두면서 양국 협상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최근 시장 참가자들은 양국 협상 타결 기대가 이미 가격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인식 속에 구체적인 협상 결과를 대기하고 있다.



이날 종목별로는 글로벌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JP모건체이스가 0.7%,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유틸리티를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임의 소비재가 1.37% 내렸다. 금융주는 1.06%, 기술주는 0.92%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경기 우려 및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파르탄 캐피탈 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 시장 경제학자는 "중앙은행들은 경기가 둔화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3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0.0%, 인하 가능성은 1.3%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5.15% 상승한 16.55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5.5bp 내린 2.637%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4.9bp 떨어진 2.471%에 거래됐다.



10년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1월 31일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을 나타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4.3bp 하락한 3.027%를 나타냈다. 2월 7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17.2bp에서 이날 16.6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ECB의 3월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미국과 유럽 국채 값을 끌어올렸다.



ECB의 재빠른 정책 유턴은 시장이 예상하는 경제 둔화에 더 공격적으로 반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상 ECB는 글로벌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은 중앙은행이 됐다.



ECB가 긴축통화 정책에서 물러남에 따라, ECB 통화정책 예상에 가장 민감한 독일 국채수익률은 하락 폭을 키웠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정책 결정 직후 2bp 떨어진 0.110%를 나타냈다. 이후 낙폭을 더 키워 결국 5.9bp 내린 0.069%에 거래됐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4.5bp 떨어진 2.477%를 보였다.



유로존의 초저금리 정책이 미 국채수익률 상단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미 국채시장은 유럽 통화 정책에 민감하다. 또 유럽 국채의 낮은 수익률에 따라 미국 국채의 상대적인 매력이 부각됐다.



특히 ECB가 이번 회의에서 다음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말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시장 반응은 더 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위험이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고 강조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과 미국 국채수익률은 드라기 총재 발언 이후 낙폭을 더 키웠다. 글로벌 경제 둔화 공포가 더 빨라지며, 유럽과 뉴욕 증시가 하락하는 등 위험회피 성향이 짙어졌다.



SEB의 마리우스 제로 다헤임 수석 유로존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3월 회의에서 ECB가 다음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말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더 비둘기파적인 정책에 반응해 유럽 국채수익률이 낙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매뉴라이프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로리지오 선임 트레이더는 "독일 국채수익률이 일부 중요 지지선을 밑도는 등 독일 국채가 랠리를 보였다"며 "투자자들이 약간 항복했다"고 표현했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새로운 대출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예상 금리 인상 시점을 미루는 등 거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며 "커브에 앞서려는 시도인지, ECB의 긴축통화 스탠스를 피하려는 의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1.626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1.753엔보다 0.127엔(0.11%)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1812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3111달러보다 0.01299달러(1.15%)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4.80엔을 기록, 전장 126.40엔보다 1.60엔(1.27%)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87% 오른 97.690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 공포가 재부각돼 안전통화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달러는 더 안전통화인 엔화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강세였다.



4분기 생산성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등 지표가 호조였던 점도 달러 강세에 일조했다.



ECB의 비둘기파적인 정책 선회에 유로화는 달러 대비 낙폭을 확대했다. 유로-달러는 장중 1.11750달러로 내려, 지난해 201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카렌 와드 수석 시장 전략가는 "ECB가 미국 연준의 상당한 정책 선회를 따랐다"며 "발표 중 일정 부분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지만,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시장이 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드 전략가는 "유로화가 유럽 국채수익률 하락과 함께 약세"라며 "이번 조치가 유로존 심리와 활동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유럽에서 의미 있는 턴어라운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국 상황을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며 "올해 유럽에서 상당한 가속도가 다시 붙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눈에 띄게 경제 활동이 반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D증권은 "(ECB) 금리 인상 연기가 예상 밖의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로-달러 하락 폭은 그다지 크지 않다"며 "이미 많은 나쁜 소식이 유로에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



씽크마켓츠의 나임 아슬람 수석 시장 분석가는 "ECB의 새로운 TLTRO 실행은 기본적으로 유로존 경기 둔화를 인정한 것"이라며 "이 발표로 트레이더들이 더 과격해졌고, 유로-달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도 유로 움직임에 영향받아 달러 대비 0.79% 떨어졌다.



캐나다 달러는 전일 낙폭 과대 인식에 장 초반 달러 대비 상승세를 시도했지만, 결국 소폭 하락했다.



이머징마켓 통화 가운데 아르헨티나 페소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저점을 더 낮췄다. 페소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0.2% 하락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4달러(0.8%) 상승한 56.6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PDVSA)의 수출 차질 소식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을 주시했다.



시장은 이날 상승과 하락 재료가 맞서며 장중 변동성을 보였다.



PDVSA가 해상 비상사태(maritime emergency)를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PDVSA 유조선 일부를 운영하던 독일 회사가 요금 미납 등을 이유로 10척의 선박을 반환하겠다고 밝힌 이후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PDVSA는 해당 선박 회수에 필요한 선원이나 자금 등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량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요금 미납 등으로 세계 각지에 억류됐다는 소식도 나왔다.



미국 제재로 PDVSA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부상하면서 유가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미국이 아시아 국가 등 이란 제재에서 유예를 적용했던 나라들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2월 산유량이 전월보다 하루평균 6만 배럴 더 줄어든 3천80만 배럴에 그쳤을 것이란 조사치를 내놓은 점도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낮춘 점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또 ECB의 부양조치가 경기둔화 우려를 자극하면서 위험자산 투자를 위축시켰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도 큰 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산유량 및 재고 증가 부담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산유량은 하루평균 1천210만 배럴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미 원유 재고도 지난주 710만 배럴 급증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재고 등이 유가에 지속해서 부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재고가 놀라울 정도로 늘었으며, 이는 유가 약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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