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개인이 최근 국채선물을 대거 사들인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를 염두에 둔 전략이란 진단이 나왔다.

8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개인 투자자는 3년 국채선물을 4천 계약가량 사들였다.

지난 6일 8천여 계약, 5일 약 3천500계약에 이어 대량 매수가 이어졌다. 지난 3일간 이들이 사들인 규모는 무려 1만5천 계약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해 추가 강세가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강하게 베팅한 셈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혹시 놓친 이벤트는 없는지 다시 살펴봤다"며 "조용한 장에 슈퍼개미가 갑자기 나타나서 파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대형 이벤트인 ECB를 앞두고 개인이 매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도 개인 투자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ECB 전 국채선물을 대거 매수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10일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를 앞두고 국채선물을 대거 사들였다. 지난달 8일과 9일 매수 규모는 각각 약 6천600계약과 5천200계약에 달해다.

작년 9월 21일에는 FOMC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3년 국채선물을 1천700여 계약 사들였다.

특히 이번 ECB 정책회의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이를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개인 매수가 이해할만하다는 평가다.

전일 서울 장중에 ECB가 미·중 무역 전쟁과 브렉시트 등과 같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경기 침체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경기 전망을 하향하고,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졌다.

실제 ECB는 예상대로 전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등 정책 금리를 동결하면서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Ⅲ)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새로운 TLTRO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되고 만기는 2년이다.

ECB는 또 제로(0)인 현 기준금리를 적어도 올해 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여름까지 현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던 데서 초저금리 유지 기간을 확대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간밤 글로벌 금리가 ECB에 반응해 크게 내렸고, 오늘 국내도 채권 강세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투자자의 판단이 옳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투자자의 내공이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일 미국 10년물 금리는 4.95bp 내린 2.6411%, 2년물 금리는 4.89bp 하락한 2.4713%를 나타냈다.

hwr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