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KEB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한투) 출신들이 하나금융지주 내 주요 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부행장급 이상 임원 11명 중 유일한 한투 출신인 장경훈 하나은행 부행장이 하나카드 사장에 내정됐다.

장 부행장이 하나카드로 이동하면서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부행장급 이상 임원 중 한투 출신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한투 출신들은 그간 하나금융의 설립과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윤병철 전 하나은행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윤병철 전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회사인 한투에 1985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1991년 한투를 하나은행으로 전환해 초대 행장직을 수행하다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하나은행 초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나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승유 전 회장은 1971년 한투에 입사해 1989년 전무이사에 임명된 후 윤 전 회장과 함께 하나은행 설립을 주도했다.

윤 전 회장의 뒤를 이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은행장으로 일하다가 하나은행이 지주회사로 변신한 2005년부터는 회장직을 맡아 3연임에 성공했다.

재임 기간인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 2012년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하나금융을 국내 4대 시중은행 반열에 올려놓았다.

윤 전 회장, 김 전 회장과 함께 하나금융의 설립과 발전을 이끌며 한투 출신들은 자연히 중용됐다.

김종열 전 사장과 최흥식 전 사장, 김종준 전 행장, 김병호 전 부회장, 김인환 전 하나생명 사장, 이현주 전 부사장, 황인산 전 부행장 등이 그 예다.

그러나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이들이 독주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단기금융회사였던 한투를 국내 4대 시중은행으로 성장시킨 것이 한투 출신들이지만 특유의 폐쇄성과 엘리트 의식을 표출하면서 한투 출신이 아닌 합병은행 출신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투 출신은 '성골', 하나은행 창립멤버는 '진골'이라는 자조 어린 우스개도 나왔다.

2012년 김정태 회장이 취임하면서는 이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을 거쳐 하나은행 창립과 함께 하나금융과 인연을 맺은 인물로, 이른바 '성골'이 아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서울은행 출신인 함영주 행장을 발탁하는 등 다양한 출신들을 기용해 왔다.

현재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부행장급 이상 임원들도 외환은행과 보람은행, 한일은행, 국민은행, 상업은행, 조흥은행 등 다양한 은행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임원 인사를 통해 하나금융의 세대교체와 다변화를 마무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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