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재정증권의 발행 규모가 급증하면서 채권시장의 불만이 커졌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채 발행을 줄이던 기획재정부가 갑작스레 재정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겉보기에 엇갈리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8일 채권시장과 기재부의 입장을 들어보면 시장의 불만은 소통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2월과 3월 각각 6조 원과 10조 원씩 모두 16조 원의 재정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작년 재정증권 발행 규모가 2조 원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발행 규모가 8배 증가했다.

반면 기재부는 작년 국채 발행 규모를 연말로 가면서 점차 줄여나간 바 있다.

국채 발행 물량은 작년 1분기 매달 7조 원대(50년물 발행 물량 제외)였다가 12월에는 3조 원까지 줄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작년 하반기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인 당국이 몇 달 뒤의 예산 소요를 예측하지 못해 재정증권을 발행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도 "기재부가 올해 예산을 정확히 전망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재정증권과 국채는 전혀 별개라는 입장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은 단년도로 한다"며 "작년에 국채를 얼마나 발행했든지 올해 예산과는 관계가 없는 사항이다"고 말했다.

작년 예산에 여유자금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세제 잉여금으로 묶이고, 올해 지출은 새로운 예산에서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세입이 부족한 2~3월에 재정증권을 발행해 사용했다가 세수가 들어오면 연내 이를 상환한다. 예산 규모에 변화를 주지 않는 재정증권과 달리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자금은 예산 계획에 이미 포함돼 있다.

시장에서는 재정증권 발행과 정부의 바이백(국고채 매입) 효과가 서로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정증권은 시장 유동성을 흡수해 채권 약세 요인이고, 바이백은 채권시장 강세 재료다. 바이백은 기재부 국채과에서, 재정증권은 국고과에서 각각 담당한다.

다만 금리 움직임을 중시하는 시장에서는 재정증권과 바이백 운영을 보면서 같은 기재부가 상반되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하기 십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증권은 바이백과 관계가 없다"며 "바이백은 전체적인 국가 채권 발행과 관련해 결정하는 사항이고, 재정증권은 연초 일시적 자금 부족에 대응해 발행하고 연내 상환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백이 국채 매입인 만큼 결국 국채와 재정증권이 별도라는 설명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재정증권 발행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기재부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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