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중국 당국이 자국 증시에 거품이 끼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이례적인 매도 보고서를 내고, 금융당국이 증시 불법자금 단속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낸 중국 증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36.56포인트(4.40%) 하락한 2,969.86에 장을 마감했다.

상하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며 5거래일(종가기준)만에 3,000선을 내줬다.

주간 기준 8주 연속 상승세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선전종합지수도 3.79% 급락해 주간 등락률이 7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로존 성장 둔화 전망에서 비롯된 글로벌 성장 우려, 부진한 중국 수출지표뿐만 아니라 중국 증권사의 이례적인 매도 보고서가 증시 급락에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일 저녁 중국 최대 증권사 중신증권은 중국인민보험그룹(PICC) A주 주가가 내년까지 50% 이상 급락할 것이라며 매도 의견을 냈다.

곧바로 화태증권도 CSC파이낸셜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모두 올해 들어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한 종목이다.

이와 별도로 관영 매체 중국증권보는 향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 정상적인(normal) 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냈다.

시장에서는 대형 증권사에서 당국의 허가없이 이 같은 매도 보고서가 나오기 어렵다며 중국 당국이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8일 증시 급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더 많은 해외 장기 자금이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단기 투기자금이 자국 증시를 흔드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로 읽힌다.

또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의 타이저우 지역본부는 방만한 대출 관리로 해당 자금이 증시에 불법적으로 유입되도록 했다는 이유로 지난 7일 역내 대출 기관 두 곳에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당국이 대출을 이용한 주식 투자를 금지하고 있으나 그림자금융과 소비자금융을 통한 증시 자금 유입이 커질 조짐이 나타나자 고삐를 죈 것으로 추측된다.

이어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광둥 본부가 회색시장과 증거금, 그림자금융사와의 협업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밝혔다. 위원회는 비정상적인 거래에 대한 감시와 투자자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도 당국의 잇따른 신호에 중국 증시 상승세가 일단 주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시장을 조금 식히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가 너무 급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소재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중국 당국이 광란 조짐을 보이는 시장에 대해 점점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증시가 숨을 돌릴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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