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전망이 암울해지면서 유럽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금리가 약 2년 6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 금리'를 눈앞에 두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현재가 화면(화면번호 6531번)에 따르면 지난 8일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장 중 0.0498%까지 하락한 뒤 낙폭을 줄이며 보합권인 0.07%에 장을 마쳤다. 이는 유로존이 부채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던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문은 "유로존에서 가장 중요한 국채 수익률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 직전까지 내려갔다"며 "유로존 경제에 대한 전망이 점점 암울해진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1%까지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올해 여름까지 동결할 예정이었던 현재의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연말까지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롬바르드 오디어의 새미 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2년간 ECB는 어떠한 통화정책도 정상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존 경제는 벽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은 독일 국채를 비롯해 위험도가 낮은 다른 유로존 국채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 핵심국인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도 2016년 이후 최저치인 0.413%로 지난 8일 장을 마쳤다. 유럽 기업들의 조달비용 벤치마크 중 하나인 ICE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유럽 지수의 수익률도 지난해 말의 5.5%에서 5% 아래로 내려갔다.

독일 국채는 자국 정부의 탄탄한 재정 덕에 지난 몇 년간 다른 유로존 국가보다 낮은 금리를 톡톡히 누려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재정이 악화하는 동안 독일은 재정 흑자를 유지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도 계속 하락했다.

영국계 헤지펀드인 트리움 캐피털의 데이비드 슬래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자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독일 국채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직전까지 내려간 것은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로존에서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인 'AAA'인 국채는 독일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3곳이 전부다. 유럽 당국은 은행과 보험업체가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높은 자산을 매입하라고 규제하고 있다.

라보방크의 린 그래엄 테일러 채권 전략가는 "유로존의 'AAA' 자산 비중은 유로존 경제의 규모에 비해 말이 안 될 정도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유로존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이미 '뉴노멀'이다. 유로존의 주요 단기 국채는 2016년 ECB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한 이래 한 번도 마이너스 영역을 벗어난 적이 없다.

코메르츠방크의 피터 딕슨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유로존 국채 수익률 곡선은 이미 수면 아래(마이너스)에 잠겨 있다"며 "10년물 금리가 빙산의 마지막 일각"이라고 말했다.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입하면서 동시에 이자를 얻는 게 아니라 정부에 지급한다는 의미다. 이런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펀드의 경우 유로존 국채가 포함된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채권을 매입해야 하며 보험업체는 자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국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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