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 개선은 설 명절 따른 일시적 현상"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해 다섯 달 연속 '경기둔화' 진단을 내렸다.

KDI는 11일 발표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의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투자와 수출에 대해 "부진이 심화했다"고 진단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12월 '증가세 완만'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올해 1월과 2월에 '위축'으로 바꾸면서 경고음을 높였는데, 이번 달에는 '부진 심화'로 수위를 더욱 높였다.

반도체 조정 국면 지속과 중국 등 주력 시장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출이 석 달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인 것을 반영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KDI는 "2월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류 등 주요 품목의 수출 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1.1% 감소하면서 전월(-5.9%)보다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됐다.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24.8% 급감했고,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도 각각 14.3%와 14.0% 줄었다.

KDI는 "반도체와 석유류 수출 금액의 감소는 수출가격 하락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품 단가 조정 국면이 지속하고 있는 게 전체 수출 규모 감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소매판매액 증가 폭이 확대된 것에 대해서는 "설 명절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민간소비 증가세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1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준내구재(6.4%)와 비내구재(6.5%) 증가로 4.0%를 기록, 전월의 3.0%보다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승용차(-5.8%) 등 내구재는 3.1% 감소했다.

KDI는 "작년에는 2월 중순이었던 설 명절이 올해는 2월 초순으로 이동하면서 소매판매액 증가 폭이 1월에 일시적으로 확대된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DI는 일시적으로 소매판매액이 늘긴 했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 폭이 확대된 가운데 선행지표도 투자의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월 설비투자지수는 16.6% 감소해 전월(-14.9%)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고, 국내기계수주액은 9.3% 줄면서 감소세로 돌아섰고, 2월 자본재 수입액은 반도체제조용장비(-72.9%)를 중심으로 감소 폭(-36.0%)이 확대됐다.

건설기성이 부진한 가운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도 큰 폭으로 줄었다.

1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과 토목 모두 부진이 심화하면서 전월(-9.1%)에 이어 11.8%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는 주거건축의 감소 폭이 확대되고 토목 부문에서도 수주가 축소하면서 41.3% 급감했다.

KDI는 "주택 인허가와 주택착공도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향후에도 주거건축의 부진이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KDI는 수요 측면의 경기를 반영해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의 경기도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업생산은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등 설 명절 소비와 관련된 산업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증가 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고, 건설업생산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1월 서비스업생산은 2.0% 증가해 전월(1.5%)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광공업생산은 전월의 0.7%보다 낮은 0.1% 증가에 그쳤다. 건설업생산은 전월(-9.1%)보다 감소 폭이 확대된 11.8% 감소였다.

KDI는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의 부진이 고용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월 취업자 수는 전월(3만4천명)보다 증가 폭이 축소된 1만9천명 증가에 그쳤다. 계절 조정 실업률은 노인 일자리사업의 조기 실행에 따라 4.4%로 치솟았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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