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인 '금융안정'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안정에 핵심적인 이슈라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다만 한은의 신호가 혼선을 주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를 일관된 통화 정책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안정이 가계부채 문제를 의미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상반된 언급을 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금리 인상에 관해 "금융안정 측면을 보면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주택시장 등 특정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도 나타난 만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가계부채 관리'라는 공식이 성립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언급이다.

다만 이 총재는 이와 상반된 언사로 한은에 대한 비판을 피해간 적이 있다.

이 총재는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금융안정이라는 개념은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금융안정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부동산'이라며 금융안정을 조직의 목표로 규정한 한은법에 따라 한은에 집값 폭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추궁하자 나온 대답이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은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지만 금리만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금리가 가장 많이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융안정에 대한 인식 차이가 보인다.

2019년도 제2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에 의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못지않게 금융시장의 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안정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크게 확대됐던 주식시장 등에서의 변동성이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사 등의 영향으로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개념이 언제나 동일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융 불안의 원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대 상황에 따라 금융안정의 대상이 주식시장이 될 수도, 채권시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물가 안정 목표처럼 수치로 나오면 좋지만 그 정도로 정의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시점에서 금융 안정의 개념에 대해 한은이 인식차를 보인다면 정책 처방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통화 정책에서 모호함이 항상 문제"라며 "한은도 명확하게 하려는 노력은 하는 것 같지만 아직 불명확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도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명확한 단어로 표현해주면 시장이나 국민이 보기에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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