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저물가가 장기화하면서 더는 저물가라는 단어가 놀랍지 않은 세상이 됐다.

이런 시대에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는 있다. 한국은행이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를 정하여 국민에게 공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가안정목표 달성이 한은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경주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목표는 2%다.

하지만 당분간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1.5%였다. 올해는 1.4% 내년에는 1.6%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 전망치도 각각 1.4%, 1.5%로 내다봤다.

근원물가마저도 장기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를 밑돌고 있지만, 한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에 수렴하도록 통화신용정책을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016년 이후 폐간된 인플레이션 보고서 대신 올해부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에 물가안정목표 미달 시 총재의 설명 책임을 부과했던 것을 인플레이션 발간에 맞춰 두 차례 정례화했다.

한은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물가가 낮은 이유를 설명해왔다.

규제물가를 제외하면 물가가 1% 후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 유류세 인하,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물가를 낮추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은의 역할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으로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할 의무가 있다. 한은이 존재하는 이유다.

물가 상황에 대한 해명은 있지만, 물가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없다.

수년째 물가안정목표를 밑도는 물가상승률을 보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은 허공에 맴돌 뿐이다.

저물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중앙은행이 공통으로 가진 골칫덩어리다.

저물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채택 중인 물가안정목표제가 변화한 금융 경제 환경에서 유효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일본중앙은행(BOJ), 캐나다중앙은행(BOC),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새로운 환경에 보다 적합한 통화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콘퍼런스를 수차례 열었다.

학계에서는 물가안정목표를 상향 조정해서 중립금리 자체를 높이던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최종 목표가 아닌 중간 목표로 두고 신축적으로 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물가전망경로 목표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한다.

물가를 목표에 맞추려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금융 불균형이 확대하면서 오히려 경기가 불안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한은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시장 참가자는 "한은이 통화정책 목표를 두 개로 두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목표의 다원화가 오히려 정책 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목표를 장기간 달성하지 못하면서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글로벌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한은도 물가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금융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표를 실행해야 할 조직마저도 손을 놓고 있다면, 물가안정목표와 함께 한은이라는 조직의 존립 목적도 함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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