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에 부여되어 있다. 이에 따라 '매도인이 지명/선임한 기존 이사들을 사임시키고, 매수인이 지명한 신규 이사들을 선임하는 것'은 경영권 이전이 수반되는 M&A 거래 종결시의 핵심사항이 된다. 그런데 기존 이사가 M&A 거래 종결에도 사임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이사회 의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수의 이사만 사임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 이사의 임기 만료시까지 해당 이사의 유임을 감수하는 방안(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경우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 의결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의 이사가 사임을 거부할 경우에는 해임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물론, 일정 보상금 등을 조건으로 한 합의 노력 등이 무산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이면서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이라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주주의 경우 이사를 해임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본문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 만료 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해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가 정하는 배상청구권에 있다. 위 규정에 따른 배상청구 대상이 되는 손해는 해당 이사의 잔여 임기 상당의 보수로 해석되는데, 사임을 거부하는 이사들의 잔여 보수가 적지 않다면 해임조치를 취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M&A 거래 종결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추가 비용 문제가 발생되면 거래 당사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영권 이전이 수반되는 M&A 거래에 있어서 그 거래 자체가 기존 이사 해임에 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의 내용상 해임에 관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 배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피고 있는 대법원 판례나 학설상의 논의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이 "상법 제385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 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설시한 것을 기초로 M&A 거래 자체는 기존 이사 해임에 관한 정당한 이유가 되기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좀 더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이 '주식 및 경영권 양도'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상법상으로는 이사의 변경을 통해 경영권을 양도할 수 있는 것인데, 매도인 측이 지명한 기존 이사들이 사임을 거부함에도 이를 해임할 수 없다고 하면 해당 M&A 거래(즉, 주식 및 경영권 양도)가 제한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다 깊은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주식(및 경영권) 양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상법의 기본 정신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경영권 이전이 수반되는 M&A 거래에 있어서는 그 거래 자체가 기존 이사 해임에 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위 대법원 2004다25611 판결의 사실관계는 주식 및 경영권 양도와는 완전히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해당 판결이 이야기하는 "주주와 이사 사이의 불화로 인한 주관적인 신뢰 관계 상실"은 주주의 이사 선임(위임)에 의해 일단 형성되었던 신뢰 관계가 사후적으로 소멸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경영권 이전이 수반되는 M&A 거래에 있어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한 새로운 주주(매수인)'와 '기존 주주가 지명/선임한 기존 이사' 사이에서 신뢰 관계가 아예 형성조차 되지 않은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04다25611 판결을 기초로 위 해임에 관한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된 이사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우리 주식회사 체계에서 경영의 주체가 되는 이사들을 주주의 해임권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대주주의 이기적 판단으로부터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회사 채권자 등 다수 이해관계인의 이익도 적절히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 대법원 2004다25611 판결이 주주와 이사 사이의 단순 불화로 인한 신뢰 관계 상실이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시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주주의 기업 소유권을 침해하는 범위 내에서까지 인정될 수 없고, 경영 주체의 존립 근거는 어디까지나 소유 주체의 위임에 근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와 검토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 광장 김유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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