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과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화를 초래하고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다소 비현실적인 고배당을 요구한 탓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안건에 찬성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엘리엇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개선안을 저지시켰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현대차의 현금배당을 비롯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 현대차 이사회가 정기주총에 상정한 안건에 대해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선임안건에 대해서도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ISS는 현대차와 엘리엇의 제안을 일부씩 수용하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배당안에 대해 회사측이 제시한 1주당 3천원 지급에 찬성한다고 밝혔고, ISS도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현금배당 안건에 해서도 찬성했다. 과거 지배구조개편안에서 엘리엇의 편을 들었던 ISS가 엘리엇의 배당안건에 반대한 셈이다.

이에 대해 ISS는 "만약 회사가 엘리엇이 요청한 특별 배당을 지불한다면 자본금 요구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빠듯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고려 사항에 따라 경영진의 제안에 대한 표결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주주 권한 강화를 빌미로 내세운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현대차그룹의 경영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욕심이었다는 평가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에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천976원(총 4조5천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우선주 배당을 포함하면 5조8천억원에 달한다. 현대모비스에는 보통주 1주당 2만6천399원을 포함해 총 2조5천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글로벌 자문사들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놓았다. 이날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엘리엇의 배당확대 요구 등의 주주제안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엘리엇의 현금배당 제안이 과도하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 당기에 대규모 배당을 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해 투자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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