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의결권 자문사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부 안건에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는 주로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사외이사·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또 과소배당 우려가 있는 현금배당 안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의결권 자문사 의견에 기업은 이전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 3월 주총 시즌 '눈앞'…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

13일 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마트의 이전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안건에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연구소는 "이전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면 독립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태평양이 이마트 등을 대리해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위법성 관련 소송을 수행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또 태평양은 이마트 2대 주주인 정용진 부회장의 국정감사 불출석 관련 소송에서 정 부회장을 변호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신세계의 안영호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안건, 원정희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안건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 효성과 LG화학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안건에도 반대를 권고했다.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삼성전자의 박재완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구소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있다"며 "삼성 기업 총수와 삼성전자가 성균관대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재완 전 장관이 사외이사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은 1996년 성균관대학교 운영에 참여했다"며 "지난 2008년에는 로스쿨을 개원하는 등 투자를 확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GS리테일의 하용득 사외이사 선임안건에도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연구소는 "하용득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GS리테일 법제실장(부사장) 등으로 재직한 적이 있다"며 "하용득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소는 SK하이닉스의 이익잉여금처분 승인 안건에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보통주 1주당 현금 1천500원을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연구소는 "SK하이닉스는 배당가능이익과 현금창출능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배당을 확대해 저조한 주가수익률을 상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업, 의결권 자문사 의견에 '촉각'…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변화

이 같은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에 기업은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는 2016년 12월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말한다.

당시 위원회는 "기관투자자는 타인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자"라며 "기관투자자는 투자 대상회사의 성장을 추구해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기관투자자는 (기업) 이사회가 책임을 이행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이사회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등 건설적인 관여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기관투자자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참고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자문사의 의사결정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기관투자자가 증가할수록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졌다"며 "이들이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참고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의결권 자문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