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계획이 의회 반대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대통령에게 자동차 관세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 지 3주가 지났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사안을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례적으로 조용한 접근이라고 진단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7일 자동차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의 보고를 토대로 수입 자동차에 조처를 할지를 90일 이내에 결정할 수 있다.

보고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앞서 외신들은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수입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상무부가 관세 부과에 근거가 될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트럼프와 미 행정부는 앞선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직전 때와 달리 조용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WSJ에 답변을 거부했고, 유럽의 한 당국자는 "그들이 이 이슈에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유럽 당국자는 백악관이 단기적으로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의회 내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역내 자동차 생산에서 부품 수입이 전체의 40~5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관세가 인상될 경우 역내 자동차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권도 관세 부과에 부정적이다.

재키 왈러스키 하원 의원(공화당)은 "미국 중산층들이 사용하는 자동차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과 레저용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해외로부터 보복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척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장(공화당)은 민주당 의원들과 공동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남용 방지를 위한 '2019 양원 합동 의회 통상권한법안'을 발의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을 둔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60일 이내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관세에 반대하는 이들은 자동차나 관련 부품은 철강과 알루미늄처럼 직접 무기나 선박, 탱크 등에 사용될 자재가 아닌만큼 국가안보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강 수입업체들은 미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서의 국가안보 잣대를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한 상태다.

원고 측 변호인들에 따르면 연방법원이 수일 내 이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추진에 또 다른 난관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WSJ은 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의회 비준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철폐하면서 자동차나 부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것 역시 USMCA 협정의 의회 비준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EU와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협박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그간의 조용한 분위기가 달라질지 여부는 미국과 EU와의 통상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달렸다고 WSJ은 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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