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경제가 10년 만의 임금 상승세에도 저물가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긴축된 노동시장과 주택 비용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하며, 미국의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소비자물가가 계절조정치 기준으로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휘발유 가격과 주택 비용, 식료품 가격 등이 전월 대비 오른 영향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로는 1.5% 상승했다. 2016년 9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2월 근원 소비자물가도 전월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 근원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2.1%였다.

미국의 2월 고용지표에서 임금은 연 3.4% 오르며 지난 2009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에 괴리가 커진 것은 기본적으로 구인 경쟁이 심화한 노동시장의 긴축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농기계 제조업체인 베르미르는 작년에만 500명의 인력을 신규로 고용해 전체 직원 숫자가 3천300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의 제이슨 앤드링가 CEO는 "숙련된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임금을 올렸고, 작년 회사 수익도 3~5%사이로 늘었다"며 "지난 2017년 연말에 통과된 감세 정책도 추가적인 고용 비용을 감당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계 요인도 커지지만, 올해 수 백명을 더 채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을 공격적으로 뽑아야 하는 이유가 신중한 접근을 가져가야 하는 이유를 크게 압도한다고 앤드링가 CEO는 평가했다.

이달 초순 소매업체 코스트코는 미주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15달러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작년 6월에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13달러에서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아마존닷컴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렸다.

소시에테제네럴(SG)의 오마이르 샤리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둔화는 주로 주택 비용을 중심으로 핵심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전년 대비 둔화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았다는 것으로, 소비자에게는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미국 근로자들이 견고한 노동시장과 임금 상승세 속에 혜택을 보고 있지만, 삐걱거리기 시작한 경제로 결국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소비자물가 지표에서 나타난 저물가 기조가 예상보다 더욱 악화한 경제 상황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수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1분기 성장률이 연간 1.0%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1분기 GDP가 전년 대비 0.2% 증가하며 지난 2014년 초순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장 금리인상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랜트 손튼의 다이안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수치는 지난 1월 이후 이어진 정말로 나쁜 경제 지표라는 맥락과 함께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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