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올해 초장기물 국고채 발행이 확대된 가운데 실수요자인 보험사의 인수 속도가 다소 더디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14일 채권시장과 연합인포맥스 투자 주체별 거래 종합(화면번호:4565)에 따르면 지난 5일 입찰이 진행된 30년물 1조7천500억 원 중 보험사가 가져간 물량은 1조500억 원이다.

전체 입찰의 60%로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당장 다음 날 50년물 입찰과 이후에도 초장기물 발행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부담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보험이 들고 있지 않은 물량 대부분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브렉시트, 미·중 무역 합의 등 대외 충격에 약세 분위기가 짙어지면 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장이 밀려도 초장기는 덜 밀려 보통 숏장에 대비하는 포지션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초장기에서 매도가 나와 커브 약세가 진행될 수 있다"며 "보험처럼 들고 가던 10년 매도-30년 매수 포지션도 이제 더는 안전한 포지션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최근 보험사의 초장기물 소화 속도가 이례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에 부담을 줄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통상 초장기물의 경우 보험사가 입찰 당일 35~50% 내외 가져간다"며 "나머지는 증권이 들고 있다가 한 달 동안 매일 조금씩 내보내는 형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2018년에는 보험이 발행량보다 더 많이 사니깐 증권도 공매도를 취해 커브 역전이 지속했다"며 "다만 현재는 발행이 늘어도 보험사가 많이 사고 있고, 증권도 매도로 쏠린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험사가 생각보다 덜 살 경우 커브가 좀 설 수도 있지만, 그리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초장기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보험사, 연기금의 수요를 확인한 후 찍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며 "소화 속도의 차이일 뿐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연초 열린 장기투자자 협의회에서 50년물 발행을 계획보다 늘려달라고 기재부에 건의했다.

hwr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