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실업률은 거의 반세기 만에 최저지만, 인플레이션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수 있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잠잠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 상승하긴 했지만, 상승 탄력이 너무 미미하다. 타이트한 고용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임금은 올라가고 인플레이션도 함께 상승해야 맞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거의 꼼짝하지 않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은 2009년 이후 거의 2% 수준을 밑돌았다.

'인플레이션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마땅할 현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월가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AI) 영향을 제기한다.

자동화가 발전되면 일의 효율성은 올라간다. 제품 가격은 내려갔고, 언제든 기계에 대체될 수 있다는 걱정에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낮아진다.

이미 아마존에서 일부 확인됐다. 수백만 미국인들은 최저가를 찾아 온라인에서 쇼핑한다. 쇼핑 습관의 변화로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됐다. 소매업자들은 아마존을 의식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효과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BMO 캐피털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간한 '2021: 이상한 물가' 보고서는 눈길을 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은 대부분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의 억제 효과 때문"이라며 "자동화는 앞으로 더 크게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은 공장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통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로봇 판매는 2017년에 30% 늘었다. 공장 노동자 100명당 평균 로봇 숫자는 15% 늘어난 0.9명이다.

가장 선두에 있는 한국은 100명 당 7.1, 싱가포르(6.6)와 독일(3.2)이 뒤를 잇고 있다.

아직 로봇이 생산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더 싸지고 더 유용해질 때 대폭 늘 수 있다. 스마트 제조 등도 시작됐다.

이렇게 되면 판매 가격도 낮아진다.

트렌드를 앞장서 만드는 아마존은 제품 주문부터 배송 트럭에 싣기까지 단 1분만 사람의 손을 빌린다. 로봇은 750파운드까지 운반할 수 있고 AI는 딱 맞는 포장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어 제품은 빠르게 포장돼 배달 준비를 마친다. 다음 단계인 배달이나 주문작업, 매장 관리까지 로봇이나 AI가 참여한다면 사람 손은 더 필요 없어지고,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동화가 지금 사람이 하는 일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자동화나 AI, 더 효율적인 기술 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 임금이 오를 수 없다고 구아티에리 이코노미스트는 얘기한다. 반복적이거나 일상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을 위험도 커진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점유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자동화 진화로 경쟁은 높아지고 임금을 억제된다. 비용은 낮아져 인플레이션 역시 낮추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인플레이션 하락 효과는 강해질 것이어서 저금리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와 인플레이션의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큰 흐름을 이렇지만, 실업률이 3.5% 이하로 떨어지거나 미국 경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지고 연준은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

그는 "그러나 인플레이션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며 "파월 의장과 그의 동료들은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로봇은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21세기에 이들은 인류가 아닌 고 인플레이션을 파괴하고 있다"는 마켓워치의 지적은 맞다. 로봇과 AI의 부상이 경제를 재편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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