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부당 대출 의혹을 둘러싸고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발행어음 대출의 적절성을 두고 다양한 법적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데다 실제로 이 건을 심의하는 제재심의위원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여러 차례 안건 상정이 연기되고 있어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부당 대출 건은 이르면 다음 달 열리는 제재심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날과 오는 28일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사안의 복잡성 등 때문에 안건 재상정까지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이라는 게 당국 안팎의 시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종합검사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부당하게 대출했다며 이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회사에 통보했다. 이외에도 베트남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여러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발행어음 사용처의 실질과 형식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사실상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 대출에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형식적으로는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 준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SPC가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이 SPC에 대출돼 전단채 상환용으로 활용됐다.

형식적으로는 SPC가 SK실트론 주식에 대한 소유권이 있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은 최 회장이 가진다. 최 회장은 SPC와의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매입에 따른 손실과 이익을 모두 부담하고 주식에 대한 콜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발행 1호 증권사인 데다 이전에 비슷한 사례가 없어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도 여러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 심의위원회에 이번 사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으며 금감원도 제재안에서 일부 법률적으로 미비한 부분들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거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파장까지 모든 가능성과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주식 소유의 실질을 고려하면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보고 기존의 중징계 방침을 고수할 방침이다.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 사업은 기업금융을 돕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개인 대출에는 사용될 수 없다.

금융당국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제재와 함께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발행어음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제재심이 두 차례 열린 만큼 다음 회의에서는 결론을 낼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예상이다. 제재심에서 결론이 나면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의 의결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당초 사업 허용 취지에 맞지 않는 형태로 사용했다"며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어떻게 제재하고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두 차례 열린 제재심에서 모두 소명했다"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하지만 이런 사안에 대해 기준을 제시해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있는 것"이라며 "한투증권이 잘못된 게 있다면 정당하게 제재를 하고 향후 다른 회사들의 사업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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