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전자서명법 개정을 통해 공인인증 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한 사설인증 체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자체적인 사설인증 체계 도입이 활발해질 경우 가뜩이나 이용률이 떨어지는 뱅크사인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이달 초 사설인증 도입 및 개발 사업을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번 사업의 목표는 사설인증 도입을 통해 인증 서비스의 보안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도입한 바이오인증, 간편비밀번호 인증이 가능한 업무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이르면 올해 7월 개발을 완료해 새로운 인증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스마트뱅킹 앱 '아이원뱅크(i-ONE뱅크)' 재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구축 사업에는 사설인증서를 도입해 스마트뱅킹 시스템의 로그인과 모든 금융 거래에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설인증서를 도입할 경우 안전한 저장소에 인증서를 보관할 수 있어 보안성이 한층 강화된다"며 "유효기간으로 인해 인증서를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KB 통합 인증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의 복합상품 가입 시 각각의 계열사 앱에서 본인인증 및 인증서 등록이 필요한 불편함을 덜기 위해 그룹 통합 사설인증서 체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앞다퉈 사설인증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공인인증 제도가 폐지될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인증수단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공인인증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공인 전자서명과 사설 전자서명 구별을 없애 여러 기술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공인인증서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들이 사설인증서를 잇달아 내놓을 경우 공인인증서 이용자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인인증서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은행권 공동 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혁신 인증 서비스를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가 약 17만 명에 그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일부 은행들은 자체 인증수단이 있다는 이유로 뱅크사인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은행권의 사설인증서 개발이 활발해질수록 뱅크사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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