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를 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의결권 행사 반대 비율도 높이면서 과거 '주총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부터 총 23개 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주총 전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를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개최 전 미리 공개하기로 지난달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사전공시 대상은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율을 가진 기업이나 국내주식 자산군 내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의 주총 안건 등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100개 안팎에 달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의결권 행사 내용을 주총이 종료된 후 14일 이내에 공개했는데, 국민연금이 투자기업 주총에 앞서 의결권 찬반을 사전에 공개하면서 국민연금의 주총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됐다.

국민연금이 사전 공시한 의결권 내용을 파악하고 위탁운용사나 다른 주주들이 국민연금의 의견을 추종하면 주총의 '대세'가 정해질 수 있어서다.

또 국민연금이 사전공시한 23개 기업 중 LG하우시스, LG상사, 한미약품,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 신세계, 농심, 풍산 등 11개사의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민연금이 '예스맨' 역할에서 탈피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반대 비율은 2016년 10.07%, 2017년 12.87%였으나, 지난해 초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8.92%로 상승했다.

이 중 이사·감사 보수 한도 승인 반대 비율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8~11.5% 수준에 머물렀지만, 작년에는 42.8%로 급격히 커졌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제 목소리를 내면서 27일 열리는 대한항공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임 안건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위에서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되 대한항공은 제외하기로 결론 내렸으나, 대한항공 이사 연임 반대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의결권 행사도 사전공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추세다"며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을 따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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