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차입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일부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거의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대박'에도 투자자들은 오히려 3억달러 넘는 자금을 가장 큰 두 개의 원유 레버리지 ETF에서 인출했는데 이는 그만큼 해당 상품이 위험하다는 신호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말 42달러 선까지 내려갔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후 원유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면서 약 30%나 급반등했다. 게다가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감산에 들어갔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생산량 및 수출량을 계속 줄이겠다고 밝혀 강세장의 동력을 마련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해 2~3배 수익을 노리는 원유 레버리지 ETF도 덩달아 급등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원유선물의 일일 수익을 세 배로 키우는 벨로시티쉐어즈 3X 롱 원유 ETF는 올해 들어 89%나 뛰었으며 유나이티드스테이츠 3X 원유펀드도 88%의 수익률을 찍었다.

두 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프로쉐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원유 ETF도 수익률이 54%에 달했다.

신문은 "세 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는 통상 유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좋은 수익을 내지만 흐름이 약세로 뒤집히면 손실도 증폭되는 구조"라며 "이런 불안정성에 더해 이들 펀드는 매일 리밸런싱을 해야 해 특히 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더라도 감익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품의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투자자는 시장이 흔들릴 때 예상하지 못한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리플 레버리지 ETF에 100달러를 투자해 하루 유가가 5% 올랐다면 투자자는 그날 계좌는 총 115달러로 마감한다.

하지만 해당 펀드가 다음 날 레버리지 익스포저를 재조정하기 위해 더 많은 원유선물을 매입하면 이제 유가 흐름에 따라 115달러를 기점으로 수익이 변동하게 된다. 만약 다음 날 유가가 5% 하락한다면 투자자는 손실도 세 배로 커져 115달러의 15%인 17.25달러를 잃게 되고 계좌에는 97.75달러만 남는 것이다.

팩트셋의 엘리자베스 카슈너 ETF 분석 총괄은 "수익과 손실이 두 배씩 나는 패턴을 본다면 투자자는 시장 흐름이 자기 생각과 같은 방향이더라도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며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파는 게 이들의 일상"이라고 말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괴리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유가가 7% 하락하는 동안 트리플 레버리지 상품은 손실률이 거의 40%에 달했다고 팩트셋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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