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KB금융지주가 윤종규 회장을 시작으로 노조까지 나서며 자사주 매입에 열 올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이달 초 자사주 1천주를 주당 4만3천50원에 사들였다.

윤 회장은 지난해에도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1천주, 12월에는 2천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전일 주당 4만2천401원에 자사주 3천62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도 이어졌다.

지주에선 임필규 HR총괄(CHO) 부사장과 신현진 리스크관리총괄 전무, 박찬일 준법감시인 상무, 조남훈 글로벌전략총괄 상무, 맹진규 기획조정실장, 그리고 은행의 이우열 IT그룹 대표가 각각 500주에서 1천주의 자사주를 이달 사들였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김기환 부사장과 조영혁 부사장, 한동환 전무 등도 지난해 12월부터 1천주 안팎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말 연임이 확정된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도 지난 1월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KB금융은 지난해 12월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최근 몇 년 새 사들인 자사주 물량이 1조원을 넘어선 만큼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음에도 주가 부양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회장과 행장, 임원들의 이러한 행보에 노동조합도 가세했다.

이달 초 우리사주조합은 4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측과의 협의가 완료된다면 KB금융 계열사 임직원들은 2천만원 한도 내의 초저리 대출을 활용해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조직 전체가 자사주 매입에 매진하는 이유는 KB금융의 주가가 심하게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월 이후 KB금융의 주가는 외국인의 순매도 행보가 지속하며 13% 넘게 하락했다.

역대 최고치 주가였던 6만9천200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1월 12일과 비교하면 무려 38%나 급락한 수준이다.

KB금융은 지난 11일 절대 주가 기준으로 26개월 만에 금융 대장주 지위를 신한지주에 넘겨줬다. 지난해 10월 시가총액 기준으로 신한지주에 왕좌를 넘긴 지 약 5개월 만이다.

국내 금융주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저평가됐지만, KB금융의 주가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가 눌림 현상이 유독 KB금융에 집중되고 있다"며 "KB증권과 KB손보의 향후 실적에 대한 시장 신뢰가 떨어지며 외국인 중심의 매도세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산술가치는 물론 내재가치와 최근 자금 동향을 고려해도 심한 저평가 구간인 것은 맞다"며 "경영진과 직원들까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책임경영의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신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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