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올해 4분기부터 시행될 환매조건부매매(RP) 규제에 서울채권시장 딜커(딜러 겸 중개인)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P 매도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한 후 채권을 매매하는 딜커의 운용 비용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RP 규제로 딜커의 수익성이 크게 약화하면서 채권시장이 채권 딜러와 채권 브로커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14일 'RP 시장의 효율성·안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방안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6년, 증권사의 헤지펀드 업무를 허용하면서 RP 시장이 급증했다.

RP 거래는 증권을 담보로 하는 단기간 차입거래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빌려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RP로 자금을 차입한 후 채권을 매수하고, 또 이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등 레버리지 거래가 보편화했다.

시장참가자들은 RP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투자 주체가 딜커라고 입을 모았다.

RP 매도를 위해서는 앞으로 차입 규모의 일정 부분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금 조달비용을 높이는 재료다.

하루짜리 RP 금리는 1.80%대 중반이다. 국고채 5년물 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는 등 역마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조달비용이 더 추가된다면 딜커가 캐리 이익을 얻는 게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지난 1월 금융당국이 채권 대차시장 규제를 내놓은 것도 딜커의 입지를 좁히는 재료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RP 매도를 위한 담보를 확보, 국채 현·선물 차익거래 등을 위해 채권을 차입하기도 했다.

채권 대차시장과 RP 시장이 연계되면서 결제 불이행 리스크는 증폭됐다. RP 매도시장이나 채권 대차시장 한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시장에 곧바로 전이되는 형태였다.

금융당국은 채권 차입을 위해 제공하는 적격담보 범위에서 후순위채나 코코본드처럼 유동성이 낮거나 담보 취급이 용이하지 않은 채권은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담보와 관련한 인정비율을 조정하는 등 담보 관련 리스크를 강화할 방침이다.

당국은 올해 2분기 중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딜커가 줄어들면서 채권 딜러와 브로커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는 채권시장에 변동성을 제공했던 딜커가 사라지면 스캘퍼(Scalper:초단타매매자) 역할을 할 주체가 없어, 변동성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중개인은 "RP와 대차 규제로 딜커의 생존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며 "채권시장은 다시 전통적인 딜러와 브로커로 재편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중개인은 "규제 강화로 딜커의 내부조달비용이 더 비싸지고, 캐리가 위축될 것이다"며 "변동성을 먹고 사는 딜커의 축소로 시장 변동성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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