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기대를 차단하고 나선 배경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관한 판단이 작용했는지 주목된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시장참가자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이 총재의 소견에 주목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는 정상화 기조 자체, 다시 말해서 금리의 인상 방향 그 자체가 바뀐 것이 아니고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가진 이주열 총재가 연준의 기조 불변을 강조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철회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한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려는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에 대한 이 총재의 평가에 대해 "시장 금리의 하락을 방어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금리가 더 내려가면 한은의 입장에서는 수습에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글로벌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한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선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준의 통화 정상화 기조가 불변이라면 한국의 금리 인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전에 한국은행이 먼저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연준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미국의 추가 인상은 어려운 것으로 본다"며 "이주열 총재의 인식에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은 유효하다"며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2회 금리 인상을 제시했으나 시장은 연내 1회 또는 그 이하의 인상을 반영 중"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이 연내 금리 동결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미국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인내(patient)'의 의미에 대해 "우리의 금리 정책을 바꿀 시급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상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주열 총재의 입장에 동의한다"며 "미국 경기를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따진다면 마이너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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