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용카드사들이 현대·기아자동차와의 가맹점 수수료 협상을 모두 마무리한 가운데 유독 KB국민카드만 경쟁 카드사 대비 1.5배 높은 인상률 합의에 성공,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카드는 마케팅비용 과다 지출 등으로 여전히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여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국민카드를 제외한 신한·삼성 등 6개 카드사는 현대차 가맹점수수료율을 기존 1.85%에서 1.89% 내외로 0.04%포인트가량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카드사들이 통보한 0.14~0.15% 인상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에 따라 새롭게 산정된 적격비용에 맞춰 1월 말 현대차에 1.9% 후반대를 통보했고, 현대차는 업황 부진을 이유로 동결 수준인 0.01~0.02%포인트 수준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으로 맞섰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현대차는 카드사들에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며 0.04~0.05%포인트 인상이라는 조정안을 전달했고, 이에 국민카드가 지난 8일 가장 먼저 수용했다.

국민카드가 다른 카드사와 달리 현대차와의 가맹점 수수료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수수료율 수준이 경쟁 카드사 대비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카드의 기존 현대차 가맹점수수료율은 1.80~1.81%로 다른 카드사보다 0.04% 이상 낮다.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대로라면 0.2%포인트가량 수수료율을 올려야 했지만, 국민카드는 '갑'의 위치에 있는 현대차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수수료율은 대폭 인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국민카드는 협상에 불리할 수 있었던 조건을 역이용, 현대차 측에 '경쟁 카드사보다 0.02%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으로 합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신한·삼성카드 등이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해 1.89%에 합의할 경우 국민카드는 1.87%를 수용하겠단 뜻이다.

이 경우 국민카드는 타 카드사 대비 높은 0.06~0.07%포인트 인상 폭에 합의할 수 있고, 현대차 입장에서도 수정된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국민카드의 가맹점수수료가 가장 낮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현대차에 타카드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맞추어 달라고 요구하였고 현대차가 이에 합의하여 가맹점계약 해지를 막을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카드는 초대형가맹점인 현대차를 대상으로 경쟁사보다 성공적인 협상을 이뤄냈다며 내부적으로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 국민카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다른 카드사보다 현대차 수수료율 인상 폭이 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최근 자동차 금융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고객이 신차를 구매할 때 카드 결제액의 1.0%를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국민카드는 이달 들어 창립기념일 행사로 한달 기간만 캐시백 혜택을 일부 매출구간에 대해서 1.5%로 늘렸다. 

국민카드의 조정된 현대차 가맹점수수료율이 1.87%라 가정할 때 캐시백(1.5%), 에이전트 및 영업비용(약 0.7%~0.8%) 등을 감안하면 최소 2.3% 이상의 수수료율을 받아야 적자를 면하는 구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 만큼 수수료율을 인상하지 못함에 따라 손실 보전이 어려워진 마당에 오히려 영업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자동차를 팔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구조인데 협상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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