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달 말 주총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의 사외이사 추천 절차가 마무리된 가운데 초(超) 중량급 인사가 포진한 신한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금융회사 사외이사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경제 관료와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지난해 말 조용병 회장이 단행한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이은 두 번째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과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허용학 홍콩 퍼스트브리지 대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다.

경제 관료 중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많다. 그만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국내 금융정책에서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이 전 부총리의 사촌 동생인 이윤재 전 비서관과 2000년대 초반 재정경제부 요직에 몸담았던 변양호 고문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그의 인맥으로 손꼽힌다.

이윤재 전 비서관은 신한금융의 전략적투자자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추천했다.

하지만 이들의 선임에는 이 전 부총리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변양호 고문은 신한금융과 남다른 인연도 있다.

그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의 지분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2002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었다.

정부 보유지분이 가장 많았던 조흥은행(87.1%)은 이듬해 신한금융이 인수했다.

변양호 고문은 현재 기획재정위에 소속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최용호 금융위원회 부이사관과 팀을 꾸려 조흥은행 매각을 진두지휘했다.

지금의 신한금융이 출발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만큼 남다른 이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 경제 관료는 그에 대해 "선후배들에게는 무관의 제왕"이라며 "네트워크나 경제 금융 분야의 전문성에 있어 의심할 여지 없는 여전한 현역"이라고 이야기했다.

자본시장에서는 허용학 대표가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영입된다는 소식이 크게 회자했다.

그는 홍콩의 국부펀드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대체투자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이들의 외환보유고를 7년이나 운용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CVC캐피탈을 쥐락펴락 한 인물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KKR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펀드 구성을 논의 중이다. 칼라일과는 조 회장이 직접 면담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전략적투자자를 찾기 위해 국내외 사모펀드와의 연결고리를 늘리고 있는 신한금융에 허용학 대표의 영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인프라 등으로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하는데 정평이 난만큼 향후 그룹의 GIB 부문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홍콩 GIB가 출범할 때도 허용학 대표의 조언이 있기도 했다.

한 IB 업계 임원은 "허 대표가 국내 금융회사에 영입될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해외에서도 회자하는 진짜 중 진짜"라고 평했다.

과거와 사뭇 달라진 이사회 무게감에 신한금융 그룹 임원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통상적이었던 이사회 사전 보고부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경계령도 떨어졌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단행한 세대교체로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들이 젊어지면서 자칫 떨어질 수 있는 역량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중량급 사외이사를 영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새롭게 꾸려진 이사회는 이사회 소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내달부터는 올해 1분기 실적보고를 비롯해 아시아신탁 자회사 편입 승인 등 현안이 산재한 만큼 사외이사들의 진면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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