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외화채권 투자에 대한 환 헤지 규제가 금융시장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제1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열어 보험사 외화자산 투자 및 환 헤지 관리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금융위는 보험사의 외화채권과 이에 대한 환 헤지 간의 만기 차가 과도할 경우 요구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투자자산과 환 헤지의 만기 불일치로 환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국내 투자자의 환 헤지 비용은 내외금리 차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이어져 국내와 미국의 시장금리 차가 더욱 커지면 환 헤지 비용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요새 상황은 이와 반대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통화정책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국내 기관의 환 헤지 비용도 줄었다. 연합인포맥스 선물환 종합(화면번호 2140)에 따르면 1년 기준 스와프 레이트는 마이너스(-) 1.520%로 3개월 전(-2.050%)보다 마이너스 폭이 축소됐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진다고 보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긴 만기로 헤지하는 것보다, 짧은 만기를 여러 번 하는 게 유리하다. 시간이 갈수록 환 헤지를 지금보다 싸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은 "환 헤지를 짧게 하면 특정 만기에 대부분의 기관이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운용전략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해서 강하게 대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초장기 채권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가 외화채권 대신 국내 초장기물을 택할 수 있어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환 헤지 안이 국내 초장기물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은 맞다"며 "다만 올해 말 적용되는 위험계수가 0.4%로 높지 않은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험사의 외화채권 투자 시 부담 요인이 늘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국내 초장기 투자가 확대될 경우, 초장기 구간 금리 스프레드는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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