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조(兆) 단위'의 공모리츠로 주목을 받아온 홈플러스 리츠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수요 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저조한 탓이다.

기관투자자는 리츠 기초자산인 대형마트의 업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리츠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홈플러스 리츠 공모 철회…"기관, 대형마트 업황 우려한 듯"

1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리츠는 전날 상장 철회신고서를 공시했다.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 매장 51곳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홈플러스 리츠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약 1조5천억~1조7천억원을 조달하려고 했다. 여기에 차입금과 임대보증금 등을 더해 홈플러스 매장을 매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저조했다. 이는 기관투자자가 대형마트 업황 악화를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리츠도 이 같은 우려를 투자설명서에서 언급했다.

실제 홈플러스 리츠는 "리츠의 유일한 영업수익원인 부동산 임대수익은 책임임차인인 홈플러스의 임대료 지급능력에 따라 결정된다"며 "책임임차인의 임대료 지급이 어려워지면 매출 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대형마트 부문은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소매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적었다.

홈플러스 리츠는 "온라인업체는 운영비용이 낮아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홈플러스의 타깃 소비자가 온라인채널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공모단위가 조 단위였던 점도 수요예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대형마트 업황을 우려하는 시각과 함께 조단위 공모 물량이 부담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 "리츠 상장하려는 유통업계 움직임 다소 위축될 듯"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철회로 리츠를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 리츠 상장철회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리츠에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특히 리테일에 특화된 리츠는 업황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에게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을 주거나 리츠의 기초자산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리츠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리츠 상장을 준비하는 롯데그룹,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의 한 기업금융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리츠를 활용해 자산을 유동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에 홈플러스 리츠가 상장을 철회함에 따라 유통업계도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리츠 상장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관측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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