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정부가 조세 정의와 형평성을 위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으나 공동주택에 대한 현실화율은 작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년에는 총선을 치르는 데다 점차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조세저항이 큰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하기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일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8.1%로 작년보다 1%도 높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누차 강조했다. 작년 6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의 형평성,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1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브리핑에서는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경우에도 이를 제대로 공시가격에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현실화율과 형평성이 악화한 사례도 많다"면서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부터는 산정방식과 절차 등을 전면 개선해 현실화율을 높이고 형평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을 사실상 동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단독주택, 토지의 현실화율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은 전년 수준이지만, 유형 간 형평성 차원에서 유지한 것"이라며 "지역별, 가격대별 형평성은 개선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공동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이 다른 부분에 비해서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공동주택은 단독주택(53.0%)이나 토지(64.8%)보다 공시가 현실화율이 높아 현실화율을 더 높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택유형 중 공동주택이 가장 많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가 목소리를 높였던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와 이를 통한 형평성 제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17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아파트, 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인구는 전체의 60%를 차지했고 단독주택 거주자는 그 절반 수준인 34.3%였다.

더욱이 68.1%라는 수치도 어떤 기준으로 책정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지역별 현실화율 등 세부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산정근거도 밝히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월 15일 표준단독주택과 표준지의 10년간 시도별 현실화율과 현실화율 산출근거를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국토부는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말했던 조세정의·공시가격 정상화는 공염불로 끝났다"면서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로 즉시 개선하고 현실화율 산출근거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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