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록스타'와 같은 채권투자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뉴욕대 아론 브라운 교수와 헤지펀드 로얄브릿지캐피탈의 리처드 듀이는 14일(현지시간) 공동 집필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은퇴한 '채권왕' 빌 그로스와 세계적인 록 밴드 롤링스톤스를 비교했다.

◇ '매직 알파'를 가졌던 롤링스톤스와 빌 그로스

1965년 어느 날 밤, 롤링스톤스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드는 머릿속으로 반복되는 악상(리프)를 떠올리며 잠에서 깼다. 바로 기타를 꺼내 들어 곡의 뼈대를 녹음했고, 즉각 다시 잠에 들었다. 그의 동료인 보컬 믹 재거는 곧바로 낙서하듯 가사를 써 내려갔고, 4일 후에 롤링스톤스는 '새티스팩션(I Can't Get No Satisfaction)'이란 곡을 녹음했다.

이 곡은 영국과 미국에서 크게 히트했고, 이를 계기로 롤링스톤스는 세계적인 유명 록 밴드 반열에 올라섰다.

존 시브룩스의 책 '노래 기계(The Song Machine)'에 따르면 요즘 히트곡들은 더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컴퓨터로 연마된 소리로 조립되는데, 이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전자 타악기에 능통한 전문가들이 비트를 만들어내고, 기억하기 쉬운 짧은 비트의 '후크(대중을 유혹하는 중독성 있는 문구)'도 들어간다. 모든 요소가 기존에 히트곡들의 장점들에 맞춰서 보정된다.

롤링스톤스와 같은 록스타는 우리에게 빌 그로스의 사례를 환기해준다고 브라운 교수 등은 설명했다.

그로스는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관 핌코를 설립해 1987년부터 2014년까지 시장 수익을 웃도는 '총수익률 펀드'를 운영했다. 그는 또한, 종종 '록스타'로 불렸다.

연구진은 '노래 기계'의 논리를 그로스에게 적용한 뒤, 그의 운용 성과를 각각의 구성 요소별로 쪼갰다. 분석 결과, 제삼자가 그로스의 전략을 시뮬레이션으로 따라 할 수 있더라도, '인적 요소'는 알고리즘이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으로 나타났다.

롤링스톤스의 팬들은 이를 '영감'으로 부를 수 있고, 금융시장에서는 소위 '알파'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로스의 '비트'와 '후크'는 무엇이었을까.

그로스는 세 가지 투자 전략을 언급한 바 있다. 우선 일반 매니저들이 추적하는 벤치마크지수보다 크레디트 리스크를 더욱 크게 가져가며, 디폴트 위험이 있는 채권을 사들였다. 유사한 방식으로 모기지 담보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쌓았다. 마지막으로 그의 상징적 거래였던 '채권 커브'가 포함됐다.

그의 채권 커브 전략은 '롤 다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채권의 만기가 가까워지며 시가평가가 상승하는 데 따라 채권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우상향하는 채권 커브에서 장기 채권을 매수한 뒤 잔존 만기가 줄어드는 동안 커브 상에서는 더욱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채권을 보유하는 기간에 금리가 하락하는, 즉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그로스의 운용 비결은 이런 롤 다운이 가장 강한 지점인 '스위트 스폿'을 분리해 이들 채권을 대량으로 사담는 것이었다.

브라운 교수 등은 이런 부분을 복제하기 위해 간단한 거래 규칙을 만들었고, 그 뒤에 그로스의 초과 수익을 측정하기 위해 통계적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이런 요인을 시장 지수에 적용한 뒤에도 그로스가 여전히 시장을 이기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로스는 '매직 알파'를 가진 셈이었다.

◇ 첨단 기술도 복제하지 못하는 '위험한 베팅'

이런 종류의 분석은 지난 2013년 안드리아 프란치니 등이 집필한 '버핏 알파'에서도 수행된 바 있다. 이 논문에서는 워런 버핏의 운용 성과가 '가치주'를 매입하는 핵심이 정교하게 반영된 일반 투자자의 투자 수익과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가치주 전략은 한 기업의 자산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버핏 알파' 논문의 결론은 마치 애플 맥 컴퓨터가 롤링스톤스의 '새티스픽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버핏의 수익 전략은 구체화할 수 있었고, 그는 그것을 고수했다. 이는 쉬운 게 아니지만, 이런 작업의 주요 목표는 시스템적인 투자 방식이 훌륭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브라운 교수 등은 "당신이 시장을 이기는 전략을 가지고 있을 때, 이렇게 묻는 것이 현명하다"며 "'내가 이긴다면 누가 질까'라는 질문"이라고 언급했다.

버핏의 가치 투자는 성장주의 초기 성공을 맹신하고 과잉 매수하는 다른 투자자로 인해 승리할 수 있다. 그로스의 롤다운 거래 역시, 장기채 투자자의 과도한 수요와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타인의 실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숙련된 투자자는 얻어간다.

그런데도, 그로스의 운용이 첨단 분석으로 복제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운용 전략 가운데 나머지 두 가지와 연관되는 것으로, 크레디트물과 모기지 채권은 안전한 국채와 비교하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추가 수익 대신에 이들은 가끔 대형 손실을 내기도 한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욱 나은 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자신의 기술을 증명해내지는 못한다고 브라운 교수 등은 지적했다.

롤링스톤스의 키스 리처드 역시 위험을 감수했다. 그는 청소년기부터 마약 중독에 빠져 있었다.

그로스의 위험한 베팅은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그는 최근 저조한 성과를 뒤로하고 시장에서 물러났다.

브라운 교수 등은 "이런 전략에 수반되는 '파멸스러운' 손실의 위험은 미리 측정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키스 리처드 역시, 많은 록스타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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