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경기판단을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기둔화 등 해외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중국·미국·유로존 등 주요 경제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위험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후 낸 성명에서 자국 경기에 대해 "수출·생산 면에서 해외경제 둔화 영향이 보이지만 소득에서 지출로의 긍정적인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완만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 없었던 '수출·생산 면에서 해외경제 둔화 영향이 보이지만'이란 문구가 추가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분간 미국이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구멍을 메우고, 연말에 미국 경기가 감세 효과 후퇴로 둔화할 때는 중국 경제가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회복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일본은행이 그리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문은 '완만한 확대'라는 문구를 유지한 것을 보면 일본은행의 망설임이 느껴진다고도 진단했다.

경기판단에 대한 표현을 수정하면서도 지나치게 신중한 견해와는 미묘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연초부터 서서히 확산하기 시작한 추가 완화 관측에 불이 붙는 것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시장이 너무 빨리 추가 완화를 반영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는 얘기다.

현재 일본의 단기 정책금리는 -0.1%, 장기금리 목표치는 '0% 정도'로 이미 상당히 낮다. 금리 인하 여지가 적아 추가 완화는 귀중한 카드다.

신문은 금리 인하 카드는 향후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0엔을 돌파할 기미가 보일 경우 등에 대비해 아껴두고 싶다는게 일본은행의 본심이라고 전했다.

너무 서둘러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해 시장 혼란을 초래했던 2016년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신문은 해외경제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미중 무역전쟁 악영향 등으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하거나 중국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일본은행이 세운 해외경제 시나리오가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4월 초 발표되는 일본 대형 제조업체의 체감경기 지표인 단칸 지수에서 해외 경기둔화 악영향이 설비투자 계획에 이르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일본은행 내에서 긴장감이 단번에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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