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은행권이 경쟁사의 전 경영진을 잇달아 사외이사와 감사로 영입하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 관계 일변도였던 사외이사진의 구성에 금융권의 전문성을 가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신충식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신 후보는 농협금융 회장과 NH농협은행장 등을 역임하면서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은행권이 경쟁사 전 최고경영자(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사례는 기업은행 외에도 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선임한 우리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신 전 사장은 2003년부터 6년간 신한은행장, 2009~2010년 신한금융 사장을 지냈다.

우리은행 과점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추천해 2016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후 거취에 부담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다.

경쟁사 경영진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경우도 여럿 있다.

KB금융은 최근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을, KB국민은행은 권숙교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최 부원장은 1974년부터 1991년까지 씨티은행에서 일하며 영업부 총지배인까지 지냈다.

권 고문 역시 씨티은행 출신으로 기업금융부문 CIO를 지냈다.

이후 우리FIS SI 사업본부장과 우리금융지주 IT 담당 상무, 우리FIS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신한금융은 주재성 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주 전 이사는 지난해 국민은행 감사로 이동하면서 신한금융에 사의를 표명했다.

오정식 우리은행 감사는 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이후 KB캐피탈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하나금융은 이정원 전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이 전 사장은 신한은행 출신으로 신용기획부 부장과 여신심사부 부장, 여신심사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경남은행은 이창희 감사가 하나은행 출신이다.

이 감사는 하나은행 본부장을 거쳐 하나금융투자 전무를 지냈다.

이준호 전북은행 사외이사는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씨티은행 사외이사로 최종 추천된 정민주 후보는 부산은행 상임감사를 거쳐 BNK금융 부사장을 역임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경쟁사 경영진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영입하는 것은 이들이 금융권에서 쌓은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쟁사 경영진 출신 사외이사는 금융업에 전문성이 있는 동시에 외부 출신이라 자유롭게 경영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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