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집단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엇갈린 평가를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책임자인 임원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시장 반응을 고려해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에 대해서는 "진전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를 두고 전문가들은 "주총은 공정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가 협의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 대기업집단이 주주를 고려해 이사를 선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 김상조, 삼성·현대자 주총 앞두고 '엇갈린 평가'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은 이를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며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태한 대표와 김동중 최고재무책임자(CFO) 해임도 권고했다.

삼성바이오는 법원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1월 22일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증선위는 같은 달 30일 항고장을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바이오는 김동중 경영자원혁신센터장 겸 CFO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또 정석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와 권순조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김상조 위원장은 현대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가 자신의 시각보다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고려해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했다"며 "과거 한국기업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주총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비가역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두고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는 윤치원, 유진오, 이상승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반면 엘리엇은 존 리우, 마거릿 빌슨, 로버트 랜들 매큐언을 추천했다. 현대모비스는 칼 토마스 노이먼, 브라이언 존스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엘리엇은 로버트 앨런 크루즈,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를 추천했다.

◇ '김상조식' 경제민주화 의지 피력 평가

김상조 위원장이 삼성·현대차 등의 주총 안건을 평가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김상조식'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언뜻 보면 공정위는 기업 주총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시책, 복지부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 금융당국의 금융그룹통합감독이 맞물려 돌아가야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말한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주총 안건에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며 "김 위원장 입장에서 대기업집단이 주주를 고려해 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새정부 경제민주화 1년 성과 및 향후 방향'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때 부처 협업 등이 필요하다"며 "지난 5월 공정위 등 8개 부처가 협의체를 구축하고 경제민주화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8개 부처는 기획재정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이다. 공정위가 간사 부처다.

김상조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도 "대기업집단시책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공정위 제재가 스튜어드십 코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등 다른 부처의 감독 장치와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오해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이 스튜어드십 코드가 경영권 위협이라 생각해 과민반응을 보였다"며 "국민연금이 모든 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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