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앞으로 금융감독원 국장급은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 되는 곳으로 해외 출장을 갈 때만 비즈니스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다. KTX 등 철도 특실도 임원급만 탈 수 있게 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이런 내용으로 여비교통비 지급 규정을 개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관련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했다"면서 "금융위원회에서 지적한 점을 고려해 항공과 철도 이용 대상을 조정했으며 3월 출장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금감원의 2019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경비는 803억원에서 764억원으로 39억원(약 5%) 삭감했다. 그중 여비교통비는 전년 대비 25%(13억원) 깎인 39억원만 인정했다.

금감원 여비규정이 타 공공기관·공무원과 비교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금융위는 "비즈니스 항공권의 경우 통상 공공기관은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이용 가능한데 금감원은 국장과 실장 이상부터 이용하며, 철도 특실도 공공기관은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이용하고 있으나 금감원은 신입 직원이 입사 후 5년경과 시 승급하는 4급 이상부터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부터 국장급 해외 출장 시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 될 경우에만 비즈니스 항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유럽·미주 지역으로의 출장만 비즈니스를 탈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시간이 9시간가량 소요되는 인도 뉴델리나 뭄바이로 출장을 떠날 때도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야 한다. 싱가포르 출장 시 부득이하게 1회 경유로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 될 경우에도 최단거리로 계산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없다.

금감원은 당초 비즈니스석 이용을 비행시간 6~7시간 이상으로 조정하려 했으나 금융위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10시간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철도 특실도 이용 대상을 대폭 축소, 부원장보 이상 임원급만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검사 업무로 지방 출장을 가는 직원들은 모두 철도 객실 이용등급이 특실에서 일반실로 하향된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예산 삭감 후폭풍을 몸소 체감하게 되니 사기가 많이 저하된 분위기다.

한 금감원 국장은 "보통 해외 출장이 국제회의 참석 등 목적인데, 비행시간 동안 발표자료 준비하느라 눈 붙일 시간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워낙 타이트한 스케줄로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50대 국장들이 이코노미를 타고 이동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직원은 "감독 업무 특성상 다른 기관과 출장 성격이 다르고, 횟수도 많을 수밖에 없으니 여비도 높은 것"이라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그나마 복지혜택도 줄어들 텐데 우선 지침 내에서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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