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금융지주가 많게는 수십 명에 달하는 차기 회장 후보를 관리하고 있어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 10곳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차기 회장 후보는 12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후보를 관리하고 있는 곳은 농협금융지주다.

농협금융은 내부에서만 김광수 현 회장을 포함해 총 33명의 후보를 두고 있다.

계열사별로는 은행에서 행장과 부행장 10명이, 지주와 생명, 증권은 각각 2~4명의 임원이 회장 후보에 포함됐다.

자산운용과 캐피탈, 저축은행은 물론 손자회사인 선물사 대표, 그리고 주요 전직 CEO도 7명이나 차기 회장 후보로 육성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을 비롯해 임종룡·김용환 등 전직 회장 모두 외부 출신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후보 관리는 무의미한 게 현실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을 제외한 26명을 차기 회장 후보로 육성 중이다.

내부에서는 은행과 카드, 증권, 생명 등 계열사 사장과 부사장급 8명이, 전직 CEO를 포함해 외부 서치펌 등에서 추천받은 외부 출신 19명이 후보다.

KB금융지주도 윤종규 회장을 포함해 24명에 달하는 차기 회장 후보를 관리 중이다.

주요 계열사 CEO와 부문장 등 내부 인사 14명과 전직 CEO를 포함한 외부 인사 10명이다.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회장을 포함한 내부 인사 14명을 차기 회장 후보로 두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김남구 대표이사를 제외한 8명의 내부인사를 육성 중이다. 지주 부사장급 이상 임원과 계열사 CEO가 대상이다.

JB금융지주는 현직 회장을 포함해 내부에서 2명을, 서치펌 등 외부 기관에서 추천받은 4명을 차기 회장 후보로 관리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을 제외한 금융자산 10조원 이상의 계열사 CEO를 차기 회장 후보로 관리한다. 현재는 은행, 카드, 금투, 생명, 자산운용사 대표 5명이 대상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현직 회장과 화재, 증권 CEO 등 3명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관리 중이다.

DGB금융지주는 김태오 회장을 제외하고 내부에서 2명의 후보만을 차기 회장 후보로 두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후보가 10명에 달했지만, 기준을 강화하며 이듬해부터 회장 후보가 2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올해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아직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관리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체제에서는 60명에 달하는 내외부 인사를 행장 후보로 두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한 자릿수를 넘어가는 CEO 후보군 관리는 유명무실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들은 어디까지나 기본 후보군의 풀을 넓게 가져가는 취지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에도 지배구조 검사 등을 통해 CEO 후보 관리대상을 줄여야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최고경영자 추천 경로 등을 다변화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제대로 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적시에 운영하기 위해선 지나친 숫자의 후보 관리가 독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업무계획으로 CEO 핵심 후보군을 2~4명으로 선정하는 절차를 마련토록 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원 육성도 아니고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수십 명을 두는 것은 현실성 없는 전시행정"이라며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핵심 후보를 육성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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