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가 반도체처럼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톱(Top) 3'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 사장은 19일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약 16억7천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건설한다.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은 지금은 전기차 배터리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량으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가 제일 강하다"면서 "일본은 확장성이 떨어지고, 중국은 정부가 보조금을 없애는 추세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엘지, 삼성, SK 등 우리나라 기업과 시에이티엘(CATL)을 포함한 중국의 다수 업체, 일본의 파나소닉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상위 5개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면서 SK를 포함한 국내 기업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파우치형이 가장 앞선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원통형을 만들고 있고 각형은 삼성SDI가, 파우치형은 엘지와 SK가 한다"면서 "중국 업체들은 원통형에서 각형, 파우치형으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전기차 산업이 이미 터닝포인트를 지나 급성장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2025년 기준으로 보면 1천 기가와트 정도가 예상된다"면서 "2017년의 10배 정도로, 매년 성장률이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이 1%를 넘는 것을 변곡점으로 봤는데, 이미 1~2년 전 이미 이를 지나 급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각국의 기존 내연기관 차에 대한 환경 관련 규제, 자율 주행의 발전 등에 따른 새로운 자동차 문화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김 사장의 판단이다.

또 기술 개발과 대규모 양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 등으로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한 가격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봤다.

그는 "차 가격과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각국 정부의 보조금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값이 동등한 수준으로 내려왔다"면서 "자동차 제작 원가만 보더라도 2022~2023년이면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교해 출발이 다소 늦기는 했지만, 화학 전문 기업으로 오랜 기간 갖춘 기술력과 생산역량,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본력 등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제 국내의 서산공장에 이어 유럽 헝가리,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고, 미국 공장 착공했다.

특히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먼저 수주를 받은 이후 해당 물량 건설을 위한 생산공장 건립에 나서는 등 공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달간 수주량이 100기가와트아워(Gwh)에 달했다. 수주 잔량은 425Gwh 수준이다.

김 사장은 "현재 생산량 기준으로 글로벌 10위권 안에 들지 못하지만, 현 상황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2023~2025년께는 글로벌 톱3 안에 들어야 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미국 내 공장 지역으로 선정한 조지아주를 선택한 배경으로는 주변 글로벌 자동차 기업 생산거점과의 연계성 외에도 파격적인 인력 확보 약속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는 부지 제공 등 경제적인 인센티브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필요로 하는 직원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약속했다.

회사가 원하는 내용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지역의 예비 인력을 대상으로 조지아주가 자체 비용을 들여 이를 직접 교육하는 등 인력 확보를 지원한다.

김 사장은 "인건비 수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차별적인 인센티브였다"고 설명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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