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당국이 고령층의 신체 나이를 따져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보험회사의 관련 상품 출시를 권장하고 있지만, 보험회사의 참여는 저조한 수준이다.

건강나이를 선뜻 외부에 공유할 수 있는 고객군이 적어 보험 상품성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나이를 정확하게 반영한 상품 개발도 어려워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건강나이 적용 상품을 출시한 곳은 DB손해보험 한 곳뿐이고, 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보험사는 현대해상과 흥국화재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65세 이상 고령자의 보험 가입·갱신 때 건강나이를 기준으로 위험률을 측정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발맞춰 DB손보는 지난 5일 보험업계 최초로 고객의 건강나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출하는 '건강해서 참 좋은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가입자의 흡연 여부, 신체질량지수(BMI), 혈압 등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건강 등급을 6단계로 나누고 그 결과에 따라 9~39%의 보험료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DB손보 외에 건강나이 적용 상품을 내놓으려는 보험사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관련 상품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곳도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현대해상과 흥국화재 등이 검토에 들어갔을 뿐이다.

보험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개인 정보 제공을 꺼리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가입자의 건강나이를 측정하려면 고객이 직접 개인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해야 하는데, 음주량이나 흡연량 등 민감한 내용을 외부에 공유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

건강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사람들도 다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건강나이가 많다며 보험료를 높여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할 수밖에 없다.

상품 개발도 까다로운 편이다. 앞서 지난해 보험개발원에서 건강나이 산출 모델을 개발했지만 위험률, 요율 산출 기준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어 건강나이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어렵다. 음주량이나 흡연량 등 환자가 직접 점검하는 항목들로 인해 건강나이가 부정확하게 산정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질병보험이 지난 수십년간 주민등록번호만을 기준으로 가입자들의 연령을 책정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이제는 건강나이를 반영해 보험료를 책정하도록 합리적인 변화가 이뤄진다는 의미가 있지만, 아직 대중화되기는 시기상조"라며 "질병보험 시장의 패턴이 바뀌려면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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