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주택분양 경기가 하락하면서 건설사들의 이익률을 끌어올렸던 주택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리스크가 큰 자체사업은 시작에 눈치를 보고 있고 도급사업의 위험도 올라갈 것으로 진단됐다.

20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주택 예상분양률은 71.2%로 조사됐다.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강원권(52.7%)과 제주권(57.6%)이 가장 부진하고 대전·충청권과 대구·부산·경상권도 60%대다.

서울은 그나마 83.1%로 평균보다 높다. 다만, 서울은 작년만 해도 사실상 대부분의 단지가 완판을 외쳤다. 정부의 9·13 대책 이후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며 분양시장도 부진에 빠지고 있다.

높은 분양률이 입주까지 순조롭게 이어지던 시기에 건설사들은 영업이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주택사업 부문의 이익률이 대부분 두 자릿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리스크를 떠안을수록 이익도 커진다. 한 예로 자체주택사업을 활발히 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체주택 매출총이익률(GP 마진)은 작년 기준 24.7%다. 외주주택은 17.7% 수준이다. 공사비와 토지비, 사업비 등을 얼마나 건설사가 많이 부담하느냐가 위험과 이익의 관건이다.

건설사 이익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주택사업도 분양 경기에 연동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자체사업은 분양률과 입주율이 50%까지 떨어지면 절반 이상의 사업비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양률 85%에 입주율이 100%인 상황과 비교하면 위험부담이 5배 이상 급증한다.





<분양·입주율 변화에 따른 건설사 익스포저. 자료: 한국기업평가>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대형건설사들도 보유한 토지에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들이 있을 텐데 지금은 이러한 곳에 주택을 대거 공급한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어졌다"며 "불경기이기에 복합개발을 통한 상업시설 분양도 쉽지 않고 남북경제협력의 수혜가 탈출구다"고 말했다.

도급사업도 자체사업 다음으로 위험에 많이 노출돼 주의를 요구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 들어와 건설사와 책임을 함께할 수 있느냐가 차이점으로 지목됐다. 도급사업은 정비사업과 비교하면 조합원 분양물량이 없어 분양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하면 건설사끼리 신용도가 차별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경기 경착륙 여부와 사업성 등이 변수로 판단됐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당분간 건설사의 핵심사업은 대규모 분양을 통한 주택이다'며 "광역도 지역의 분양률과 입주율이 하락해 위험 모니터링 지역에 포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분양률이나 가격 추이를 보면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제한되지만, 잠재위험 수준이 상이하다"며 "신규 분양물량의 사업성에 따라 중기적으로 건설사의 신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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