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두산그룹이 당초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합병을 추진했던 것으로 20일 뒤늦게 알려졌다. 합병을 통해 두산건설의 부실을 두산중공업이 떠안으려고 했던 셈이다. 두산건설은 장부에서 손실을 모두 털어내면서 지난해 5천5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본 바 있다.

두산그룹 내부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가 모회사인 두산중공업과 합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보통주 47.88%, 우선주(보통주 1주 전환 가능) 27.21%를 보유하고 있어 명목상으로 품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합병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문제는 두산중공업 주주의 반발이다.

두산중공업의 최대 주주는 33.79%를 보유한 두산이다. 특수관계인을 합쳐도 33.83%에 그친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다. 특히, 지난해 9월 30일 기준 45.15%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근 정부 주도의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5천억원이 넘는 자회사의 부실까지 고스란히 떠안는 것을 두산중공업 주주가 그대로 두고 볼 가능성이 작다. 지난해 2만1천500원까지 오른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현재 7천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두산중공업이 5천억원, 두산건설이 4천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유입되는 자금은 대부분 두산건설의 차입금을 갚는 데 활용된다.

두산건설의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납입대금이 들어오는 때까지 3천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두산건설의 자금 유입은 오는 5월 14일, 대여금 만기는 이보다 나흘 앞선 5월 10일이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합병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나 금융투자업계나 두산건설의 유상증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작으면 합병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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