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재료를 쏟아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10년 만기 미국 채권금리가 2.5%대로 하락한 만큼 국내 채권금리도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연준이 올해 1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예 없음'으로 돌아서면서 미국 시장이 더 강세로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올해 1회 인상을 예상했는데, 올해 0회·내년 1회 정도로 점도표가 하향됐다"며 "여기에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낮추고, 자산매입 축소도 9월에 종료하기로 해 이보다 비둘기파적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대외 금리 변화를 유독 반영하지 않는 국내 금리가 오늘 이를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건이다"며 "올해 주요국 금리는 전년 대비 많게는 100bp 적게는 10bp 정도 더 하락했는데 국내는 아직 전년보다 금리 수준이 높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국내 금리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여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면서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며 "국내는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윤곽이 확실히 잡히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까지 실린다면 그동안 응축된 하락 압력을 분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시장은 얼마나 강세로 갈지 눈치 보기에 나설 듯하다"며 "국고 3년 금리 전저점이 1.779%였던 만큼 1.80% 수준으로, 10년 금리는 그보다 여유가 있어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근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는 그만큼 커졌다.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최근 유로존이나 OECD 성장률 전망치 하향폭이 이례적으로 컸다"며 "미국도 세계 경기 둔화 분위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금리 하단을 막고 있는 건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 차단이다"며 "금리 하락폭 차이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간밤 미국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 금리가 동결됐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점도표의 올해 말 금리 중간값은 2.4%로, 지난해 12월 2.9%보다 낮아졌다. 지난 12월에는 연준이 올해 두 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이번에는 올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중간값이 2.6%로 하향조정되며 한 번의 금리 인상만을 예고했다.

또한,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추고,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1.9%에서 1.8%로 하향했다.

대차대조표 축소 폭도 5월부터 줄이고, 9월 말에는 아예 축소를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미국 채권금리는 시장의 예상보다도 비둘기파적인 연준에 큰 폭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채권금리는 8.52bp 하락한 2.5334%를 나타내며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락폭은 지난해 5월 유럽 정치 불안으로 미 국채금리가 하루에 15bp가량 폭락한 이후 가장 컸다.

올해 금리 인상이 없다는 점도표에 2년 만기 금리도 7.03bp 하락한 2.4003%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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