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글로벌 중앙은행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선택이 주목된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금융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을 다소 덜어내고 중립적 입장을 강화했다.

지난 19일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주가가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등으로 상승했으며, 장기 시장금리와 달러-원 환율은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했다"며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가 이어졌으며, 주택가격은 소폭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금리 인상의 주요 근거였던 금융 안정의 위험이 줄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완화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운신 폭은 과거보다 넓어진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 금리 동결 기간을 연장했고, 호주중앙은행(RBA)은 긴축에서 중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인도는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멕시코·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은 인상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각자도생이라 할만하다.

한은 금통위도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넓어진 선택의 폭을 누릴 것이지만, 반대로 방향성을 찾는데 어려움이 커질 수도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금통위 의사록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며 "금통위원들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올해 내 기준금리 인하를 보는 시장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긴축 가능성을 보는 전문가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다른 곳은 대부분은 내년을 예상하지만, 올해 내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를 지나 하반기에는 현재보다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연말로 갈수록 상승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내수 회복의 정도에 따라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이 중립을 표방한 상황에서 경제 지표가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호주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도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가 모두 가능하다는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택가격지수·소매 판매 지표 부진에 지난 20일 3년 국채금리가 정책 금리인 1.5% 미만으로 떨어졌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통화정책이 국가별 상황에 맞춰서 가고 있다"며 "호주는 경제 성장과 물가가 저조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에 역전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어야 이런 현상이 나타날 텐데, 아직은 아니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