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자진 상장 폐지하는 상장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 공문을 보내 상장사의 자진 상장폐지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간 자진상장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투자 재원으로 쓰여야 할 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불만을 표출해왔다.

또한, 일부 기업의 경우 소액주주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여 자진 상장 폐지한 이후 대규모 배당에 나서며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데만 급급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런 불만들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최대주주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진 상폐하는 것을 막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현행법상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과 자사주 합계가 발행주식의 95%가 넘으면 자진 상폐가 가능한데, 앞으로는 95%의 지분율을 계산할 때 자사주는 제외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자진상폐 후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주주들의 간섭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시 의무 등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행 제도에서 자진상폐를 위한 공개매수 과정에서 상장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투자자들은 가뜩이나 정보의 비대칭성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과 시점을 결정할 권한이 오롯이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주어지면서, 소액주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여간 자진상폐에 나선 상장사의 공개매수 가격은 직전 1개월 평균주가에 10~30%의 프리미엄을 적용해 산정돼 기업마다 천차만별이었다. 공개매수 공고일 전일 종가와 최근 1개월, 3개월, 6개월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에 일정 수준을 할증해 공개매수 가격이 산정되나, 명백한 기준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현 주가가 소액주주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경우 대주주와의 이해 상충이 불거질 여지는 너무나 크다"며 "장기 투자하는 소액주주에게 자진상폐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의 괴리를 상쇄시킬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주주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매수 단가를 낮추기 위한 불법 행위를 자행할 수도 있고, 매수 시점을 지연해 소액주주들이 헐값에 팔아치우는 것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에 스튜어드십 코드 등 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는 한편, 자진상폐 시 객관성이 확보된 외부기관의 가치평가 자료를 통해 공개 매수 가격이 산정되도록 하는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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