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주요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인플레이션이 있다고 미국 마켓워치가 20일(현지시각)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철회한 핵심적인 이유는 완강할 정도로 낮게 유지되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다른 연준 위원들이 수년에 걸쳐 물가를 올리려 노력했음에도 실패했다는 점을 다시 설명한 것은 그런 이유"라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거의 10년간 힘을 써왔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우리의 목표치에 깔끔하게 닿지는 못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연준으로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를 어떻게 예측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저물가 현상은 이제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이 됐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1993년 이후 한 번도 2.6%를 상회하지 못했다. 작년 12월의 PCE 가격지수는 1.9%를 기록해 연준의 목표치 2%를 역시 밑돌았다.

미국 실업률이 지난 1960년대 말 이후 가장 낮게 유지되고 임금도 10년래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목표치에 조금 못 미쳤다. 통상 경제학자들이 노동시장에 대해 "타이트하다"고 말할 때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근원 물가는 30년 동안 거의 2% 수준에서 움직였다"고 말했다.

윌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연준의 모델이 현재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연준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 전에 물가가 실제로 오르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더 원하고 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여력은 있다고 전했다. 현재 2.25~2.50%인 미국 기준금리는 역사적인 기준으로 여전히 꽤 낮은 수준이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거시경제 총괄은 "연준은 압박을 줄 만한 경제지표를 손에 넣을 때까진 지켜보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앞으로 물가가 크게 뛰는 것을 보기 힘든 만큼 그들은 상당한 기간을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파월 의장과 연준의 인내심이 얼마나 갈지 여부다.

연준의 경제 전망을 토대로 보면 인플레이션은 향후 몇 년간 낮은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파월의 인내심 전략은 연준의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가 될 수도 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틸리 수석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전임자들과 달리 유연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앰허스트피어포인트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를 밑돈 것은 오래됐다"며 "연준은 이제 어떤 것에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스탠리 수석은 연준이 낮은 인플레이션에 무뎌져 안일해지면서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물가 압력이 위험 수위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아티에리 선임도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낮게 유지됐다는 것이 언제나 그럴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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