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 8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 강연 도중 그림을 하나 보여줬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향후 경로'라는 주제로 강연하던 중 소개된 그림은 점묘 화법으로 유명한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걸작이다.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후기 인상주의 예술을 언급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여러 궁금증을 일으켰다.

파월 의장은 "보시다시피 몇 개의 점에만 너무 집중하면 더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점도표의 한계를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점도표.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특정 시기의 금리 수준을 적은 표다. 가로에는 연도, 세로에는 적정 금리가 표시되는데,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원 한명의 점이 찍힌다. 무기명이다.

점도표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있는 달에 공표됐다. 올해부터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 나서는 만큼 이 공식은 맞지 않는다. 예년처럼 3월, 6월, 9월, 12월 등 주요 분기 회의 이후에 발표된다.

파월 의장은 "각 위원의 점은 그, 그녀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나리오에 적당한 정책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7년간 SEP를 27번이나 작성한 사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실제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전망에 있어 불확실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어떤 때는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가 실제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잘못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물론 나는 내가 보기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에서 적절한 연방 금리 경로를 충실히 써낸다"고 말했다.

SEP는 점도표와 같이 발표되는 연준의 경제전망(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이다.











점도표는 연준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통화정책 도구였고 그동안 유용하게 쓰였다.

그러나 파월 의장과 마찬가지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래 금리 예상이 과대계상돼 있고, 점도표가 무기명이어서 연준 내 영향력이 큰 제롬 파월 의장의 의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특히 연준 위원들의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반복된 경고에도 점도표가 보여주는 상황은 다르다. 시장은 대체로 경제 지표 발표에 반응하지 않고, 연준의 목소리에만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점도표를 정책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연준이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나 점도표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려 했던 본래 목적과 달리, 시장은 연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해 매우 가파르고 고통스러운 조정을 보였다.

이 때문에 연준은 지난 1월 말 정례회의의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예전보다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힘을 점차 빼겠다는 의도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점보다 중요한 것은 FOMC 회의 때마다 공개되는 성명이라고 말했고, 벤 버냉키 전 의장도 점은 단순히 연준 정책 결정에 대한 의견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점도표의 유용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연준 위원들도 많아지고 있다. 점을 찍는 것에서 빠지는 것을 고민했다는 위원의 고백도 있다.

과연 연준은 점도표를 날려버릴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는 "가능하다"다.

HSBC의 케빈 로건 이코노미스트는 "점도표를 없애기 위한 근거가 마련될 수도 있다"며 "점도표는 금리 경로를 더 높게 가정할 때 유용하지만, 다음 금리 이동 방향이 불확실할 때는 효과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 역시 FOMC 커뮤니케이션 소위원회에 점도표 이슈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1년 점도표가 시작된 이후, 연준은 점도표에 애증의 관계를 갖게 됐다. 요즘은 증오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마켓워치의 지적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정말 점도표와 이별을 고하는 시점이 올까.

어쨌든 관심이 집중된 3월 FOMC 회의 이후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는 대폭 하향 조정됐다. 지난 12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2.9%, 2020년은 3.1%였지만, 3월 점도표는 2.4%, 2.6%를 가리켰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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