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분식회계 의혹의 중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하면서 주총 '감시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총 반대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의결권 사전공지까지 수행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 삼바 주총 반대…기업가치 훼손 우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2일 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이사(김동중)와 사외이사(정석우, 권순조)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보수 한도 승인의 건은 증권선물위원회 감리결과 및 제재조치 취지 등을 고려했고,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발표했다. 증선위가 판단한 분식 규모는 4조5천억원 정도다.

증선위는 이를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고, 이와 별도로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난해 도입했는데, 이에 따른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경영전략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 점검 강화와 주주가치 훼손 검토 등으로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3%를 밑도는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 의사결정을 참고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반대 결정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로 주총 영향력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연금의 주인인 국민 등의 이익을 위해 주주 활동에 책임성을 부여하는 원칙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국민이나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 의사결정으로 주총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반대비율도 높이고 있으며, 의결권 사전 공시를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반대비율은 2016년 10.07%, 2017년 12.87%였으나, 지난해 초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8.92%로 상승했다.

이 중 이사·감사 보수 한도 승인 반대비율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8~11.5% 수준에 머물렀지만, 작년에는 42.8%로 급격히 커졌다.

국민연금은 23개 기업 주총 안건의 의결권행사 방향을 1차로 미리 공시했으며, 11개사의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2차로는 34개 기업 주총 안건을 사전공시했고, 14개 상장사가 1개 이상 안건에서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제 목소리를 내면서 27일 열리는 대한항공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임 안건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되 대한항공은 제외하기로 결론 내렸으나, 대한항공 이사 연임 반대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의결권행사도 사전공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며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다른 연기금들이 주목하고 있고,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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