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유치 과정의 과당 경쟁을 줄이고자 평가 기준을 개선했지만, 은행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출연금 배점을 줄이는 대신 금리 배점을 높여 은행 간 출혈경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 기준 개선안'의 핵심은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계획 배점을 현행 4점에서 2점으로 하향 조정한 데 있다.

은행의 과다 출연을 제한하기 위해 협력사업비 배점을 줄이는 대신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확대, 출연금이 아닌 이자 경쟁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러한 변화가 은행의 '역마진'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통상 지자체 금고 은행들은 공금 예금금리를 입찰 과정에서 제시하지만 은행 간 큰 차이를 두긴 어려웠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예금금리의 경우 역마진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제로마진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자 대출 금리가 아닌 이상 지자체 기관영업에서 금리는 시중은행의 경우 레인지가 좁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행안부가 이자 경쟁을 유도한 만큼 은행 입장에선 역마진을 감수하고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그간 출연금 경쟁에 거부감을 드러내 온 지방은행에도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한 지방은행 임원은 "대형 시중은행이야 마음만 먹으면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겠지만, 지방은행의 여력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다른 부문에서 점수를 최대한 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리 부문의 출혈경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를 제공했을 때 만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검토됐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은행마다 고시하는 기준금리가 다른 만큼 공통의 기준으로 금리 구간별 점수를 차등 부여하고 상한 금리를 제한해야 과당 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행안부가 마련한 사후조치에도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행안부는 순이자마진을 초과하거나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출연금에 대해선 지자체가 이를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출연금에서 이자 경쟁으로 방향을 선회한 만큼 오히려 금리 산정 과정의 사후조치가 필요했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행안부의 개선안이 실제로 적용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지역 재투자 등을 통해 은행의 과당 경쟁을 억제할 요소가 추가로 남았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아직 개선안에 대해 평가를 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당국 차원의 모니터링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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